“처음에는 6회만 출연하는 줄 알았는데, 20회로, 80회로, 90회로 차츰차츰 미뤄지더군요. 드라마도 50부에서 100부로, 150부로 늘어났죠.”드라마와 등장인물의 수명은 고무줄이다. SBS 사극 ‘여인천하’의 경빈 역 도지원은 1년이 넘게 죽음을 기다리며 목숨을 이어왔다. 2월말께로 예정됐다가 또다시 4월 8일로 늦추어졌다.
늑대소년의 거짓말처럼 자꾸 되풀이되는 연장 소식에 당사자인 도지원조차도 지쳐 “언제 죽느냐”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릴 정도였다.
경빈의 죽음은 ‘여인천하’ 후반부의 최대 하이라이트로 진작부터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아왔다.
마지막 사약을 받고 앙탈을 부리다 죽은 연기를 도지원은 얼마나 표독스럽게 해낼까.
제작진은 경빈의 죽음을 자꾸 미루는 데 대해 제작진은 “경빈이 시청자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사실은 의외의 복병으로 경빈의 죽음이 화제도 모으지 못하고 초라하게 보여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
경빈의 목숨을 한 달 더 연장시킨 그 복병은 다름아닌 ‘겨울연가’(KBS2)였다.
‘겨울연가’가 ‘여인천하’의 시청률을 갉아먹고 있는 상황에서 ‘경빈의 죽음’도 시청률 확보를 자신할 수 없었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듯이 ‘겨울연가’ 가 종영되고나자마자 19일 녹화(방송은 4월8일)에서 경빈은 사약을 받았다.
‘태조 왕건’에서 궁예의 죽음이 가장 높은 시청률(60.2%)을 기록했듯 경빈의 죽음이 ‘여인천하’의 시청률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까.
19일 경기 용인 한국민속촌 촬영현장에는 ‘여인천하’팀의 카메라보다 연예정보프로그램의 카메라가 더 많았다. 일단 ‘여인천하’의 지연 작전은 성공적인 것 같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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