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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광주는 역시 광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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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광주는 역시 광주다

입력
2002.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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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이 국민경선제라는 정치 실험을 하고 있다. 지난번 광주 대전에 이어 오늘과 내일 충남 강원, 다음 주부터 마산 전주 대구로 이어질 예정이다.민주당 국민경선제는 외압설·동원설에다 심지어 매수설까지 난무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광주 경선에서 대선후보 선거인단이 보여준 결단은 첫 경선에 따른 부작용을 일거에 덮어버릴 만한 역사적 쾌거였다.

한국 정치의 목을 조이고 있는 지역패권주의의 족쇄를 과감히 끊어버린 아래로부터의 선거혁명이었다. 광주는 이제 더 이상 지역주의의 볼모가 아님을 온 몸으로 선언했다.

이제 다른 지역, 특히 대구·경북지역이 화답할 차례다. 광주와 대구는 그 동안 지역주의와 분열의 상징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한과 오기의 도시로 함께 전락해 왔다.

이제 광주와 대구는 지역주의 극복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분열을 극복하고 화합과 통합을 일구어내는 주체로 손잡고 함께 떨쳐 일어나야 한다.

함께 해내야 할 일들은 많다. 무엇보다도 먼저 민주화의 내용을 채워나가야 한다. 광주가 5·17 민주화운동의 성지라면, 대구는 4·19 학생혁명을 점화한 2·28 민주화운동의 성지다.

2·28, 4·19, 5·17의 정신이 부·마항쟁으로 이어지면서 함께 일궈낸 민주화가 아니었던가.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함께 쟁취한 민주화의 과실이 제대로 영글지 못한 채 때로는 마치 비능률과 무능의 대명사인 양 조롱거리가 되도록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절차적 민주화에 자족할 것이 아니라 제반 영역에서 민주화가 내용을 가지고 정착할 수 있도록 혁신해 나가야 한다.

효율적 국가경영의 역량을 배양하고 축적해 나가는 일에 광주와 대구는 손잡고 앞장서야 한다.

지방분권의 확대도 함께 도모해야 할 일이다. 세계화 현상과 지방화의 필요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새로운 다원화 시대에 지금과 같은 서울 집중체제로는 나라의 전망이 없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우리처럼 가진 것이라고는 사람 밖에 없는 나라는 더욱 그렇다.

광주니 대구니 하는 소아적 지역경쟁 심리에 갇혀있을 여유가 없다. 광주건 대구건 지방의 생존을 위한 자결권의 확대와 물적 바탕의 확보는 시대적 소명이요 절대적 공동 과제다.

사회통합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국가적 역량이 제대로 동원될 수 없다.

노사간의 갈등, 계층간의 갈등, 세대간의 갈등 등 우리는 끊임없이 해소해 나가야 할 수많은 사회적 갈등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을 이룩해내는 것이야말로 정치 본래의 기능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그 동안 갈등 해소는커녕 오히려 갈등 증폭의 진원지가 되어 왔다.

통합은 커녕 분열을 조장하는 역기능이 더욱 강력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따지고 보면 결국은 지역주의의 창궐 때문이었다.

지역갈등에 갇혀 다른 모든 사회적 갈등들이 해소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안으로 곪아터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우리는 모처럼 만에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행사를 경험했다. 누구를 지지하고 아니하고 차원에서가 아니다.

지역갈등의 핵인 영·호남간의 동서갈등이 치유될 수 있는 정치적 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광주가 어렵게 마련한 이 계기에 대구가 화답하고 다른 지역들이 함께 호응한다면 연말의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우리는 민주적 혁신과 효율적 국가경영, 지방분권과 사회통합에 대한 밝은 전망을 가지게 될 것이다.

광주의 결단은 위대한 결단이었다. 정치 지도자들이 왜곡시켜 온 우리의 정치 지평을 민주적 역량과 시민적 양식으로 바로잡아준 역사적 결단이었다. 광주는 역시 광주다.

권기홍·영남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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