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박순웅(朴淳雄·지구환경과학) 교수는 올해 2월 말부터 2주 동안 기상연구소 전영신(全映信)박사 등 4명과 함께 중국의 황사 발원지를 두루 답사했다.22일 세계기상의 날 기념 황사 워크숍에서 발표된 박 교수의 답사기를 요약, 소개한다.
■북서지방
깐수(甘肅)성 란조우(蘭州) 북동쪽. 초목 하나 볼 수 없이 황토로만 이뤄진 민둥산 지역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자욱한 흙먼지가 공중에 날아 다녔다.
드넓은 불모의 황토고원마다 드문드문 보이는 풀을 찾아 수많은 양떼들이 돌아 다니고 있었다.
그 남쪽은 황하였다. 강변으로부터 약 60m떨어진 곳에 동서 방향으로 커다란 나무 울타리들이 이어져 있다. 사막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엄청난 양의 황갈색 모래를 막기 위한 노력이었다.
황하 주변 대부분지역은 강수량이 적어 건조도가 매우 높다.
수로는 바싹 말랐고, 땅의 표면도 건조해 늘 뿌연 먼지가 허공을 떠다녔다. 간혹 나타나는 초원지역도 과도한 양떼와 경작지 개발로 인해 모래토양이 곳곳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작은 자갈이 섞인 마른 흙은 바람이 불면 언제나 먼지가 일었다.
인근의 광활한 고비사막 역시 황토 및 미사로 뒤덮인 곳이다.
우웨이(武威)를 거쳐 란조우로 돌아오는 길도 마찬가지였다. 도로 양편으로 나무 한그루 없는 황토색과 회색의 산들이 연이어졌다.
어디서든 무수한 양떼가 그나마 남은 풀밭을 황폐화하고 있었다.
■ 북경 북부지방
베이징(北京)에서 북서쪽 장지아고우(張家口)까지는 직선거리로 150㎞.
황사는 대부분이 이 곳을 통과한다. 만리장성이 뻗어있는 산악지역을 넘으면 곧 황무지의 산들이나타난다.
온 산야가 그야말로 먼지로 가득 덮혀있는 모양새다. 바람만 불면 언제든지 흙먼지가 날렸다. 장지아고우에 가까워지면서 굴뚝에서 연기를 마구 뿜어내는 공장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연기는 공기 중의 분진과 결합되어 시야를 더욱 흐리게 만들었다.
장지아고우 북쪽 2㎞ 가량 떨어진 곳에서부터 평균 해발고도 1,400m 의 몽골고원이 시작된다. 이 곳 역시 무차별적인 개간이 이뤄지면서 예전의 초지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내몽골 너머서까지 척박한 대고원 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을 뿐이다.
북으로 더 가면 훙산다케 사막. 수시로 휘몰아치는 모래보라가 토사를 인근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사막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막 가장자리에 자리잡은 작은 도시 뚜어룬(多倫)은 하나의 희망이다.
중국과학원 생태계복원연구소는 이 곳을 시범지역으로 지정, 비행기로 풀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어가며 녹색 생태계를 회복시키려 애쓰고 있다.
정리=김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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