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은진(31ㆍ인천 서구 마전동)씨는 55만원의 초기 투자금으로 창업 1년 만에 월 매출 800만~1,000만원을 올리는 주부 사장님이다.그의 근무처는 자신의 집. 직원은 따로 없고, 협력업체는 하루 한번 집으로 방문하는 택배 아저씨다.
이씨의 회사는 바로 인터넷 쇼핑몰인 ‘다음장터’에 입점한 ‘아로마 조이’(soho.daum.net/thrunet/html/front/shop/42/html/main.html)다.
이씨처럼 성공한 주부 인터넷 소호(SOHO)족이 잇달아 탄생하고 있다.
소자본 개인 사업(Small Office Home Office)을 뜻하는 소호 창업이 전자상거래 붐과 함께 활성화하면서 주부 소호족이 활약하는 것.
육아문제로 회사 다니기가 힘든 주부들도 집에서 최초 50만원에서 200~300만원 정도의 소자본만 있으면 손쉽게 쇼핑몰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부 소호족은 인터넷 쇼핑몰의 주고객인 여성의 심리를 남성들보다 훨씬 잘 꿰뚫어 볼 수 있다.
최근 쇼핑몰에서 매출 순위 1, 2위를 다투고 있는 상품은 패션ㆍ미용용품과 유아ㆍ아동용품이다.
이은진씨가 판매하는 아로마용품은 고객 대부분이 20~30대 여성이다.
이씨 자신이 아로마용품을 즐겨 써온 애용가인데다, 아로마 동호회를 운영할 정도로 판매상품에 해박하다는 점이 이씨의 장점.
감기나 아토피 등 가벼운 질병에 대해 웬만한 오일향 처방은 해줄 수 있을 정도이다.
처음 4, 5개월간은 반품 부담으로 손해까지 보았으나, 상담에 꾸준히 공을 들인 결과 어느새 주부동호회를 통해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매출이 뛰었다.
이씨는 “얼굴 모르는 고객이라도 인간적 관계를 맺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 말했다.
그는 두루넷쇼핑에 홈페이지 제작을 위탁, 월 관리비 10만원과 45만원짜리 디지털카메라 한 대로 사업을 시작했다.
제품공급은 자신이 평소 사용하던 업체와 납품계약을 맺었는데, 연중 세일이 없고 재고는 본사에서 책임지도록 꼼꼼히 계약한 것이 크게 도움이 됐다.
남편과 아이를 회사와 유치원에 보내놓고, 오전 내 주문확인을 끝내면 오후엔 집안 일을 하면서 택배 아저씨를 기다린다.
아동옷가게를 운영했던 박순주(31ㆍ경기 남양주시 평내동)씨는 아이를 낳고 일을 그만두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라이코스 쇼핑(shop.lycos.co.kr) 아동유아용품 소호몰에 ‘꼬마나라’를 차렸다.
컴맹이었던 그는 입점비 10만원과 월 운영비 10만원으로 자신 없는 홈페이지 제작을 해결했다.
이름있는 포털 사이트의 쇼핑몰에 입점, 유동(?) 인구 덕을 톡톡히 본 케이스.
결재대금을 며칠 단위로 몰아서 받는 게 싫어, 박씨는 최근 따로 사이트(www.koma-i.com)를 차려 소호몰 밖으로 나왔다.
그는 물건의 절반 정도는 미국에 있는 친척으로부터 공수받아 ‘다른 곳에 없는 물건’으로 눈길을 끈다.
박씨는 “쇼핑몰마다 상품이 비슷하고 판매가가 노출돼 있어 특화된 상품, 사은품이나 적립금 등 보다 많은 혜택으로 유인할 필요가 있다” 고 말한다.
월 매출은 500만원.
오프라인 상점보다 마진율은 낮은 편이지만 살림과 병행할 수 있어 주부에겐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편이다.
이씨와 박씨 모두 인터넷 전문가가 아니지만 기술에 대한 노하우가 소호 창업에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요즘 쇼핑몰 구축을 값싸게 대행해 주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다음, 야후, 라이코스 등의 소호몰에선 십만원대의 입점비와 월 수만~수십만원의 운영비를 받고 홈페이지 제작, 결재, 배송 등을 관리해준다.
라이코스쇼핑 소호몰에서 활약중인 주부 소호족은 약 60명. 주부가 전체 소호족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보편화하고 있다.
어린이 캐릭터용품을 판매하는 베베타임(www.bebetime.com)의 손서영(31ㆍ경기 성남시 분당구)씨는 인터넷 전문가인 동생을 둔 덕에 직접 쇼핑몰을 만들었다.
관리비는 따로 낼 필요 없었지만 대신 자기 사이트를 검색포털에 등록하거나 홍보메일을 보내는 등 초기 사이트 홍보에 신경을 썼다. 최근 매출 실적은 월 500만원.
사실상 기술적 문제보다 중요한 성공비결은 상품기획이다. 두루넷쇼핑의 정지원 과장은 “같은 패션잡화라도 분야를 특화해 몰의 컨셉이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많은 쇼핑몰을 스쳐가는 네티즌에게 확실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
그러려면 아무래도 이씨처럼 자기가 잘 아는 제품을 다루는 것이 유리하다.
박씨처럼 외국에 사는 친지를 동원하는 것도 좋다. 손씨 역시 캐나다에 사는 언니가 주 납품선이다. 비싸고 귀한 물건이 아니라 독특하면서도 실용적인 물건이 주부의 입맛에 맞는다.
손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이면서 목욕용품 같은 소모품이 가장 잘 나간다”고 말했다.
게다가 인터넷 쇼핑의 주된 고객층은 20~30대 여성. 꼼꼼하게 따져보고 비교해 본 뒤 물건을 사는 까다로운 소비습관이 몸에 밴 이들이다.
정지원 과장은 “중저가 상품에 집중하되 일정한 상품 질을 유지해야 한다. 인터넷 소비자들은 일단 구매경험을 한번 한 뒤 괜찮다고 판단되면 한곳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어 초기 3~6개월이 고비”라고 말한다.
즉 개점한 지 몇 달간은 고객관리에 치중해야 한다. 박씨는 “우리 상점에 없으면 다른 상점을 찾아서라도 고객에게 물건을 찾아준다”고 말했다.
손씨는 “다른 사이트를 꾸준히 검색, 유행과 가격 비교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창업하기 전 중소기업청 산하 사이버 소호 소상공인지원센터(www.sohoexpo.or.kr), 한국소호진흥협회(www.sohokorea.org) 등 소호 전문 사이트를 참조하고, ‘무엇을 상품화할 것인지’ 확실히 정한 다음 소호 창업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소호창업의 성공전략
라이코스 쇼핑몰을 총괄 관리하는 김명웅 팀장이 소호몰 창업의 성공과 실패 요인을 분석, 소개했다.
⊙ ‘나도 한번 팔아볼까?’는 금물
좌판에서도 판매하는 한철 유행상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직접 만든 수공예품, 해외에 거주하는 친지로부터 공급받는 국외상품 등 자신만의 독특한 상품을 개발, 대표 상품화할 수 있어야 한다.
⊙ 아는 분야에 진출하라
‘막연히 잘 팔리겠지’ 라는 기대보다 자신이 직접 써봤거나 일해 본 경험이 있는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좋다. 직접적 경험이 없더라도 가족 친구 등 주변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보자.
⊙ 정보를 부지런히 검색하라
유명 인터넷 사이트에 소호몰을 차린다고 무조건 매출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상품가격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안 돼 있어 다른 사이트보다 비싼 가격에 상품을 올려놓는다면 알뜰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또 같은 업종의 다른 사이트에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알아야 서비스를 차별화할 수 있다.
⊙ 한번 든 고객을 잡아라
상품을 배송한 후 고객과 관계를 끊는 상점은 단골을 만들 수 없다.
한번 구매해 본 적이 있는 고객에게 만족도를 체크하거나, 고객이 좋아하는 분야의 우수상품을 추천하는 등 적극적인 고객관리를 해야 한다. 고객과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업데이트를 자주 하라
품절된 상품이 계속 진열돼 있거나 항상 똑같은 제품만 진열된다면 판매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
항상 진열돼야 하는 상품도 있게 마련이나, 순환 상품과 적절히 조화를 이뤄 진열하도록 한다.
디자인과 이미지도 오픈할 때부터 변함이 없다면 먼지 쌓인 과일가게와 마찬가지다. 게시판이나 문의 메일에도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
⊙ 디자인에 인색해선 안된다
오프라인 매장이 인테리어에 투자하듯 사이트 디자인에 인색해선 안된다. 보기 좋은 디자인은 소비자에게 신뢰를 준다.
대신 인터넷 매장에선 조금만 투자해도 대규모 회사에 손색 없는 매장을 갖출 수 있다.
⊙ 안목을 냉정하게 평가해보자
인터넷 쇼핑몰 운영에서 가장 부담스런 것은 재고. 판매되지 않는 상품에 대해선 정말 괜찮은 물건인지 자신의 선택기준을 냉정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경쟁업체를 분석하고 정보를 교환해 보자.
⊙ 역시 정직이 최선
‘믿고 살 수 있다’는 입소문만큼 고객 끌기에 효과적인 것은 없다. 교환, 환불에 인색해선 안되지만 그보다 앞서 반품이 안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제품에 대해 솔직한 설명과 자세한 사진을 제공해야 한다. 반품이 잦으면 배송료 부담이 커지고 재고가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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