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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노무현 돌풍의 진상은

입력
2002.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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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돌풍의 진상은 무엇일까.정권 재창출을 바라는 호남 사람들의 염원이 만들어 낸 것일까, 아니면 영남대통령에 목 말라하는 영남 사람들의 희망이 결집된 것일까.

IMF로 절망에 빠진 서민들이 원하는 서민대통령의 이미지 때문인가, 아니면 한나라당의 지나친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사현상인가.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자신을 던져 온 데 대한 보상인가, 아니면 또 다른 형태로 지역주의를 교묘하게 자극하는 것인가.

이도 저도 아니라 거품이 빠지면 이내 사라져버릴 일진 광풍에 불과한가.

"정치 확 바꾸자" 요구 분출

대선 정국 초입의 화두는 단연 노무현 돌풍이다. 이회창 대세론과 이인제 대세론에 부지불식간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충격 그 자체다. 아마 노무현씨 스스로도 놀랐을지 모른다.

무엇이 노무현 돌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가. 한마디로 정치판을 확 바꿔버리라는 강력한 요구가 요체다. 이를 개혁이라 해도 좋고, 변화에 대한 욕구라고 해도 무방하다.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정치판이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는 응답이 55%~60%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성 정치인들의 판에 박은 정치 행태와 정당간의 소모적 정쟁 등이 가져온 결과다. 근저에는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짙게 깔려있다.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정계 개편론이 먹혀들고, 박근혜 의원의 한나라당 탈당이 반짝 인기로 연결된 것 등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정치판을 확 바꿔버리라는 요구는 2년 전의 4.13 총선 때도 강했다. 신세대 가수가 부른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라는 노래가 선거 로고송으로 애용됐을 정도 였다.

386세대가 대거 원내에 진출하고, 많은 중진들이 아들 뻘 되는 젊은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4.13 총선의 산물인 16대 국회는 대권싸움에 휘말려 구태의연한 정쟁으로 날을 지새야만 했다.

근거 없는 상호비방, 수시로 고개를 들이미는 지역주의, 민생을 외면하는 싸움판 국회 등 달라진 게 별로 없었다. 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심했으면 심했다.

승자가 모든걸 거머쥐는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었으니 이상할 것도 없다. 국민들은 또 다시 정치에 식상해 해야 했고, 변화에 대한 욕구는 미완의 실험단계에 있었던 것이다.

노무현 돌풍이 이인제 대세론을 꺽고 노무현 후보로 현실화 할지, 또 노무현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적수가 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변화무쌍한 우리 정치판에서 대통령 선거일(12월 19일) 까지 남은 9개월 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노무현 돌풍에 변화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정계개편 주장 주목할만

이 메시지가 어떤 모습으로 결론이 날지가 노무현 돌풍의 관건이다.

16곳 중 이제 겨우 4곳이 끝나 아직 10곳이 남아있는 민주당 경선에서 주저 앉을 것인지, 경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본선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의 견제와 훼방을 극복해 낼 수 있을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이 같은 관점에서, 노무현씨가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기득권을 포기하고 정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정치권을 확 바꿔버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물론 선거를 통해서 이지만, 그 다음으로 가능성 있는 방안은 정계 개편이다.

노무현씨가 추진 하겠다는 정계 개편은 성급한 감이 없지 않지만 지역구도와 이념적 지형 등 정치권의 고정관념을 깨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유의 해볼 필요가 있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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