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李基俊) 서울대 총장이 LG화학 사외이사를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대학교수의 사외이사 겸직이 다시 핫 이슈로 부상했다.이 총장은 자신의 사외이사 겸직이 논란이 되자 이사직을 그만둬 문제가 일단락됐지만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우리 사회는 사회 지도층에 해당하는 교수의 사외이사 겸직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한편에선 전문성과 식견을 가진 교수의 사외이사 참여는 경영감시라는 사외이사제 취지에 비춰볼 때 오히려 장려돼야 한다는 견해도 많다.
▦ 사외이사 반대 / 조성호 발텍컨설팅코리아 대표
한미은행 사외이사로 활동했던 조성호(趙誠) 발텍컨설팅코리아 대표(미 UCLA 겸임교수)는 교수의 사외이사 겸직은 경영감각이나 시간적 여유, 열의 등 여러 측면에서 적절하지 못하다며 반대의견을 밝혔다.
그는 “현장감각이 떨어지고 이론에 치우치기 쉬운 교수가 기업 이사회(BOD)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거수기로 전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미국에선 교수가 사외이사로 참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며, 이사진 대부분이 회계사, 변호사 같은 경영 전문가들로 채워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사회에선 교수라는 직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 때문에 교수의 사외이사직이 선호되고 있지만 미국에선 석학 수준의 대학 교수가 아니면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ㆍ공립대 교수는 영리 활동을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 복무 규정에 따라 사외이사 겸직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연구와 강의 등으로 바쁜 교수가 기업의 경영 상태를 살피고 중대한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것도 반대이유다.
조 대표는 “강의와 학업에 열의를 가진 교수라면 연구 이외의 업무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현행 사외이사제에서 교수가 경영진의 독단적인 결정을 제재하거나 중대한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 사외이사 찬성 / 김형진 국제법률 경영대학원교수
김형진 국제법률경영대학원 교수(미국 변호사)는 교수의 사외이사 겸직은 전문지식의 사회 환원이며 건전한 공익 활동이라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교육부가 영리 추구를 금지하는 교원 규정을 내세워 교수의 사외이사 겸직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교수가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왜 허용하느냐”고 되물었다.
사외의사 겸직 금지는 다분히 사회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교수가 개인적으로 이해 관계가 있는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는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기업 감시라는 측면에서 장려해야 한다”면서 “다만 현재의 사외이사제는 교수가 기업감시기능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만큼 제도를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사외이사의 보수체계를 성과급제로 바꾸는 보완책을 제시했다.그는 "사외이사의 보수체계가 대부분 정액제이기 때무에 제대로 활동을 하지않는 경우가 많다"며 "성과급제로 바꾸면 기업경영에 참여한 활동이나 업부량,성과에 따라 보수가 나오므로 지금보다 열심히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주기자
■교수 사외이사, 경영인 다음으로 많아
증권거래소법은 사외이사를 ‘당해 회사의 일상적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비상임 이사’로 규정하고 있다.
1998년 처음 도입됐다. 모든 상장법인과 코스닥 등록법인(벤처기업 제외)은 사외이사를 정원의 1/4 이상,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정원의 1/2이상 선임해야 한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90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직업 분포에서 교수는 1위인 경영인(114명)을 제외하면 98명으로 가장 많다.
하지만 교수의 사외이사 겸직은 국ㆍ공립과 사립대를 막론하고 규정 위반이다.
교육부 교육행정지원과는 “국ㆍ공립대 교수는 영리 활동을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 복무 규정에 따라 사외이사 겸직을 할 수 없으며 사립대 교수도 국가공무원법에 준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당연히 사외이사 겸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학 교수의 사외이사 겸직은 제한없이 이뤄지고 있다.
이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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