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제네바 핵 합의 이행 여부를 보증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북한의 조기 핵 사찰 수용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다.부시 정부는 이번 결정을 통해 북한이 1994년 제네바 핵 합의에 따른 의무를 위반했다는 증거가 없을 경우 핵 합의를 이행하고 있다고 본 클린턴 정부 때의 정책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북한이 의무를 준수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을 경우 북한에 건네질 ‘보상’을 제한할 수 있는 길을 터두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전환은 북한에 강도 높은 핵사찰을 요구하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은 합의 이행 의무가 있다는 점을 제기하기 위한 압력용”이라고 말해 곧 정책을 실행에 옮길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찰 시기 등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미국과 북한은 제네바 핵 합의에 따라 경수로 핵심 부품이 전달되기 전 북한이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사찰을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이 조항에 대한 해석을 두고 양측 간에 견해가 갈린다는 점이다.
미국은 공기로 보아 경수로 완공 시점이 2005년 5월께이고 핵 사찰은 최소 3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올 5월부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활동이 시작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2003년으로 예정됐던 공기가 늦어지면서 전력난이 심화했으며 사찰은 핵심부품 인도 직전 이뤄지면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의 조기 사찰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상황이 올 경우 한반도는 핵 파동의 격량에 다시 휩쓸릴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중유 공급 등 핵 합의에 따른 의무는 예정대로 준수키로 함으로써 보증 요부 결정이 핵 합의 자체의 파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배제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이 당시 지원하기로 했던 것을 이행함으로써 북한과의 마찰을 피하려 하고 있다”며 “이번 결정은 미묘한 정치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북 강경책을 요구하는 국내 공화당 강경파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제네바 핵합의 기본틀 자체는 깨지 않는 절충을 택했다는 얘기다.
윤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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