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더 이상 여성만의 계절이 아니다.지난해부터 불어오기 시작한 ‘꽃미남’ 열풍은 패션시장에서 늘 조연에 불과했던 남성을 당당히 주연으로 끌어 올렸다.
백화점, 패션몰, 홈쇼핑 등에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남성들을 위한 봄 상품 기획전이 봇물을 이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란제리 매장과 함께 금남의 장소로 통했던 화장품 매장에도 남성 고객들이 당당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화사해진 남성복 매장
패션몰 명동 밀리오레의 4층 남성복 매장은 최근 화사하게 단장했다. 붉은색 계열이나 파스텔톤이 주류를 이룬다.
블랙, 그레이, 베이지가 기본이었던 니트류는 연두, 노랑, 핑크, 보라 등 여성복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화려한 색상으로 바뀌었다.
가격도 2만~4만원 가량으로 비교적 싸다. 캐주얼 점퍼나 힙합스타일 티셔츠도 빨간색이나 오렌지 색상을 찾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이 3월말까지 진행하는 ‘올 봄 유행 셔츠+타이 코디 제안전’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확연하다.
바이올렛(연보라) 셔츠에 줄무늬 넥타이, 산뜻한 블루 셔츠에 카키와 남색이 교차되는 체크무늬 넥타이 등 한층 화사한 제품이 선을 보이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파시미나 등 남성 액세서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 남성 액세서리 매장에는 10대나 20대 뿐 아니라 30대 고객도 종종 눈에 띈다.
한 패션몰 관계자는 “최근 TV드라마 겨울연가의 ‘배용준 패션’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며 “점점 꽃미남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미아 방지를 위해 어린이들에게 주로 사용됐던 루프타이도 캐주얼 정장을 선호하는 남성들의 패션 소품으로 자리잡았다.
■남성들로 붐비는 화장품 매장
면도 후 바르는 스킨과 로션이 남성 화장품의 전부라고 여기던 때는 이미 지나갔다.
샤워할 때 사용하는 솔트럽을 시작으로 클렌징, 각질제거, 쉐이빙폼 등 세안 용품과 에센스, 아이크림 등 영양보습용까지 다양한 제품을 찾는다.
남성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인 비오템 본점 매장의 공은혜(22)씨는 “매장을 찾는 손님의 5% 미만이던 남성 고객이 올해 들어서는 15~20%로 늘었다”며 “20대 초반이 주를 이뤘던 연령층도 30대 초반의 회사원까지 확산돼 고가 제품도 서슴없이 구매한다”고 말했다.
비오템 롯데 영등포점 매장에서는 20만원 이상 구매하는 VIP 고객에게 맛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하루 평균 15명 가량의 남성들이 서비스를 받고 갈 정도다.
심지어 손톱 등 손 관리를 받는 남성들도 적지 않다. 손 관리 전문매장 쎄시에는 1주일에 10명 안팎의 남성 고객이 찾아 든다.
밀리오레 관계자는 “꽃미남 열풍으로 패션이 남성들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관심사로 자리잡은 것 같다”며 “업체들도 꽃미남 특수를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