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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진출국 분석] (14)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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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진출국 분석] (14)아르헨티나

입력
2002.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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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는 프랑스와 함께 도박사들이 꼽는 2002한일월드컵 우승후보국 단연 1순위다. 팀을 두개로 나눠도 경쟁력이 있다고 할 만큼 전력이 막강하다.아르헨티나는 라이벌 잉글랜드, 신흥강호 나이지리아, 파워 넘치는 스웨덴과 같은 F조에 속해 있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평균연령 27세로 월드컵 경험이 있는 노장들과 신예가 알맞게 균형을 이룬 아르헨티나는 이미 남미지역예선에서 2위 에콰도르를 무려 12점차(13승4무1패)로 따돌리는 등 실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크레스포와 베론

세명의 포워드를 두는 3-3-1-3 포메이션을 쓰는 아르헨티나는 중앙에서 좌우 날개로의 전개가 매우 빠르다.

공격의 핵은 3명의 포워드를 지원해 주는 플레이메이커 후안 베론(27ㆍ맨체스터)과 최전방 공격수 에르난 크레스포(27ㆍ라치오).

‘라 브루지타(작은 마녀)’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베론은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듯 소리없이 필드를 누비며 득점기회를 만들어낸다.

드리블은 물론, 상대 선수를 감쪽 같이 속이는 페인팅, 정교한 프리킥 등 모두 A+의 실력이다. 남미예선서 9골을 잡아낸 크레스포 역시 검증 받은 스트라이커.

전광석화 같은 킥으로 ‘바티골’로 불리는 ‘득점 기계’ 바티스투타(33)가 잦은 부상에 시달리는 사이 팀의 에이스 자리를 꿰찼다. 드리블과 헤딩이 특히 뛰어나다.

▼장단점

풍부한 선수층이 최고의 장점이다. 크레스포 교체 멤버로 바티스투타와 사비올라가 버티고 있고, 미드필더 클라우디오 로페스(라치오) 아리엘 오르테가(리베르플라테) 후안 소린(크루세이루) 크리스티안 곤살레스(발렌시아) 등 주전과 후보의 경계가 거의 없다.

그러나 골키퍼를 비롯한 수비진이 다소 약하다. 남미예선서 부르고스와 보나노가 교대로 골문을 지켰을 정도로 카리스마 있는 GK가 없다.

아얄라와 사무엘, 비바스가 이끄는 3백도 세계 톱수준과는 거리가 있다. 비중이 높은 베론과 크레스포가 막히면 전체적으로 경기가 답답해진다.

▼예상성적

16년만의 정상 재등극을 노릴 만큼 전력이 안정됐다. 역시 조예선서 잉글랜드를 제압하고 1위에 오르면 4강에서 프랑스와 붙을 때까지 대진운도 좋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조국에 대한 애국심이 발휘된다면 프랑스를 꺾고 86멕시코대회 이후 16년만에 우승을 탈환할 가능성이 높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비엘사 감독

2001년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된 마르셀로 비엘사(47ㆍ사진)감독은 지금까지 언론에 단독 인터뷰를 한번도 허락하지 않았을 만큼 독특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

대부분의 감독이 참가한 부산 본선 조 추첨 때도 “내가 간다고 조 추첨에서 달라질 게 뭐냐”는 말로 불참의 변을 대신했다. 이처럼 그는 괴짜 기질을 갖고 있다.

명망 있는 변호사 집안에서 태어나 축구선수의 길을 걸은 것도 그렇고 대학에서 학위를 딴 뒤 다시 축구 지도자에 도전, 성공한 것도 이색적이다.

실제로 그는 해외진출 선수들의 경기모습을 전부 비디오로 분석해야 마음을 놓을 만큼 완벽주의자이다.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철저한 분석가로 깨어있을 때는 축구만 생각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때론 집착이 너무 강하다는 말도 듣는다.

네덜란드 루이스 반 갈 감독의 ‘토털사커’를 추종하는 그는 3명의 포워드를 배치하는 화력위주의 축구를 구사한다.

“우리 팀에는 더 이상 마라도나가 필요 없다”면서 특정선수 위주의 아르헨티나 스타일에서 과감히 탈피, 체력과 조직력으로 승부를 낸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도 뛰어나다. 지난해 해발 2,600㎙의 볼리비아 라파즈에서 열린 지역예선서 28년만에 패하지 않고 무승부를 기록한 것이나 에콰도르 키토에서 첫 승을 따낸 것도 모두 그의 지도력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비엘사 감독은 선수시절 고향의 한 클럽에서 평범한 수비수 생활을 한 것이 축구 경험의 전부. 그러나 지도자로 전향한 뒤 멕시코, 미국을 거쳐 고향 뉴웰 올드보이스를 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자질을 인정 받았다.

벨레스 사스필드 감독 때 10대 2명을 중앙수비수로 기용, 팬들에게 ‘미쳤다’는 비난을 들었는데 공교롭게도 리그우승을 이끈 뒤 ‘엘 로코(정신병자)’는 그의 별명이 됐다. 보카 후니어스 같은 명문팀 감독을 지내지 않고도 1998년 대표팀 감독이 된 것은 그의 실력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이범구기자

■아르헨 국가 위기 선수들 사기 꺾나 오기 발동 시키나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은 세번째 FIFA컵을 노리는 아르헨티나에 약이 될까, 독이 될까. 한때 세계 7對 부국에 속했던 아르헨티나는 페론식 포퓰리즘의 실패에 뒤이은 정치부패로 최근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해 있다.

전체인구 3분의 1이 극빈층이고 경제난과 사회불안에 지친 스페인 이민 후손들은 역이민을 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아르헨티나 축구협회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자칫 경제문제가 선수들의 오기를 발동시키기 보다는 좌절하게 만들지 않을 까 하는 점이다. 바로 마라도나의 전례 때문이다.

1982년 스페인월드컵서 ‘축구신동’ 마라도나를 앞세운 아르헨티나는 우승후보로 지목됐지만 첫 벨기에전서 충격적 패배를 당하더니 2차리그서 이탈리아, 브라질에 완패, 탈락하고 말았다.

이유는 4월 영국과 벌인 포클랜드전쟁서의 패배 때문. 당시 아르헨티나 언론은 ‘패전’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아 선수들은 자국이 이긴 줄 알았는데 스페인에 와서야 패전사실을 알게돼 분노하고 만 것. 당시 선수들은 “너무 억울하고 분해 도저히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패배이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이번 모라토리엄은 어떨까. 일단 축구협회는 비용문제로 A매치 일정을 잡는데 차질을 빚고 있다. 또 선수들에 포상금 등 ‘당근’을 제시하지 못해 난감해 하고 있다. 지난달 약체 웨일스와의 평가전서 1-1로 비긴 것이 그 증거.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당시 선수들은 진실을 몰랐지만 지금은 조국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체 게바라의 문신을 하고 다니는 후안 베론 처럼 선수들은 실의에 빠진 조국을 위해 별이 되려 한다는 것이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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