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침체 한파를 겪었던 유럽 경제에 봄볕이 들고 있다.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미국 경제의 강력한 반등에 이어 유럽 경제에도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알리는 지표들이 잇따르고 있다.회복 징후는 제조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유로 단일통화를 쓰는 유로존 12개 국가의 2월 제조업지수(PMI)는 전달의 46.3에서 48.6으로 호전됐다.
확장국면을 알리는 50선에는 못 미치지만 10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해 기대감을 부풀게 하고 있다. 또 경기신뢰지수는 전달에 비해 0.1포인트 오른 99.2를 나타냈고 기업환경지수도 0.86을 기록, 1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올랐다.
특히 유럽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하는 독일의 경기 호전이 고무적이다. 단일 국가 기준으로 미국, 일본에 이어 3위의 경제대국인 독일은 유로 12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데다 자동차 기계 화학 등 제조업의 강력한 기반을 갖고 있어 유럽 경제 전반에 미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독일 주요 민간연구소의 하나인 만하임 소재 ZEW는 3월의 경기선행지수가 전 달보다 21.0포인트 뛴 71.2를 기록, 2000년 7월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또 다른 민간 연구소인 Ifo도 7,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기업신뢰지수(Ifo지수)가 2월에 88.7을 기록,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87.2를 훌쩍 뛰어넘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경기 회복 조짐은 세계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경기 회복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2000년 말 현재 EU 국가 수출품의 24.5%가 미국으로 향할 만큼 유럽의 미국시장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최근 유럽경제의 각종 제조 관련 지수가 일제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도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4차례에 걸쳐 금리를 0.75%포인트 떨어뜨린 저금리 효과도 경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 지표 호전으로 경제전망도 장미빛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 말 10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경기가 바닥을 친 이후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빔 뒤젠베르그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유로 회원국의 경제회복이 2분기를 시작으로 미국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진행될 것”이라면서 올해 유럽 경제성장률이 2.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당초 1% 대 미만의 경제성장을 예측하던 모건 스탠리도 최근 1.4%로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저평가된 유럽 증시에 대한 비중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제조부문과는 달리 소매 부문의 신뢰가 여전히 하락세에 있는데다 인플레 우려와 미국과의 무역분쟁 등 걸림돌이 많아 회복의 강도 여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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