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사찰과 사찰 주변의 자연생태를 기록하고 불교계 내부의 환경파괴 행위를 감시하는 연구소가 발족됐다.지난 8년여 동안 두레생태기행을 이끌어온 환경 운동가 김재일(金在一ㆍ56)씨는 최근 사찰생태연구소를 열고 본격적인 사찰 및 사찰 주변의 자연생태 연구에 나섰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사찰 자연생태의 현 주소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 기록을 남겨 더 이상의 자연생태 파괴를 막겠다는 것.
이를 위해 사찰생태연구소는 향후 10년간 자연환경이 잘 보전된 전통사찰을 비롯해 생태적으로 중요한 전국 중요 사찰 108곳의 자연 생태를 기록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사찰 경내와 반경 1㎞ 내의 주요 동식물 생태 현황, 수질, 건축물 현황, 스님들의 고증, 사하촌 주민 인터뷰 등이 포함된다.
연구소는 매년 10~11개 사찰을 선정해 사계절의 생태 변화를 모두 담을 예정이며 올해는 첫 답사지로 경기 안성의 칠장사를 선정했다. 또 답사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매년 1권씩 책도 발간한다.
연구소 자문위원회에는 불교계의 대표적인 환경운동가 도법(道法) 스님(실상사 주지)이 참여했으며, 사찰 생태 답사에는 박원규 충북대 교수, 조용헌 원광대 교수, 박해철 농업기술원 곤충학 박사, 이학영 자생어종연구회장 등 전문가 10명이 나선다.
이와 함께 연구소는 사찰 자연생태 훼손이 무분별한 개발 뿐 아니라 불교 수행자들의 반 생태적 행위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지난해 건립예정 발표로 논란을 빚었던 경남 합천 해인사의 청동대불 같은 교계의 대형 불사(佛事)도 감시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사찰은 대개 산 속에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 않은 청동대불 호수 탑 등의 조형물 건조는 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므로 자연 훼손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김재일 소장 인터뷰
김재일 소장이 사찰 주변의 생태 감시에 나선 것은 8년간 생태기행을 하며 “사찰이 생태적 자세로 돌아와야 산을 지킬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 국토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는 생태기행을 하면서 사찰이 대형불사를 벌이며 주변 자연환경까지 파괴하는 현장을 너무 많이 목격했다.
“산 정상에 작은 탑을 만든다며 자재운반용 헬리콥터장을 산에 만드는가 하면 관광객과 등산객이 늘면 터를 넓히려 숲을 베어내는 것도 다반사였다. 그만큼 사찰 주변의 자연생태계가 온전히 보전되기 힘들었다.”
김 소장이 보기에 사찰의 자연 훼손은 외부 개발에 의한 ‘피해’가 가장 큰 이유이지만 사찰 자체의 ‘자해’도 적지 않았다고.
“아파트와 달리 사찰 건축은 꽃 심듯, 나무 심듯 해야 하는데 너무 쉽게 사찰 내부 구조를 바꾸고들 있다”고 지적한다.
“설거지 물마저 아끼는 발우공양(鉢盂供養), 친환경적인 ‘푸세식’ 화장실 해우소(解憂所) 등 사찰에는 불교 고유의 생명정신이 있었는데 이마저도 최근에는 찾아 보기 어렵다”고.
결국 불교계부터 생태적 수행자세로 돌아오자는 뜻에서 사찰생태 보호운동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김 소장은 “다행히 교계 내부에서도 뜻을 같이하는 스님들이 많아 운동이 순조로울 것 같다”고 웃는다.
김 소장은 고등학교 국어교사를 지내다 73년 출가하여 칠장사에서 수도하다 5년만에 환속한 불교도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