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국내 이슬람 세력 틈바구니에 끼인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갈수록 심각한 곤경에 빠져들고 있다.9ㆍ11 테러 후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하루 아침에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을 ‘배신’한 무샤라프 대통령에 대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대니얼 펄 기자 납치 살해, 기독교국제교회 폭탄 테러 등으로 점점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고, 미국 정부도 이에 맞서 테러 척결 요구를 한층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현재 파키스탄은 이슬람 세력과의 마찰로 무샤라프 대통령이 정치적 생명뿐만 아니라 목숨이나마 제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가 의문시되는 분위기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대 이스라엘 평화 정책을 펴다 암살당한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한 외교관은 “그가 죽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슬람 민병대는 수가 적긴 하지만 조직적이고 강렬한 적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무샤라프는 미국의 아프간 공격 지지를 결정한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단속하고 수백 명의 테러리스트를 구금했지만 이제 그들로부터 반격을 당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무샤라프에게 닥친 시급한 문제는 펄 기자 살해 용의자로 미국에서 기소된 아흐메드 오마르 셰이크의 신병을 인도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이슬람 세력의 테러가 줄을 이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슬라마바드의 전략문제연구소 소장 카말 마티누딘은 “95%가 이슬람교도인 파키스탄에서도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지지는 미미하다”면서 무샤라프 정권이 전복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테러를 가하는 데는 많은 수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파키스탄 당국이 이를 막기가 힘들 것이란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무샤라프의 생존을 위해서는 결국 미국이 파키스탄 대외 수출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섬유류에 대한 수입 관세를 면제하는 등 경제 지원을 통해 이슬람 세력의 불만을 더는 길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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