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배 고파요.”이제 3학년인 아들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숨도 안 쉬고 바쁘게 하는 말이다.
“배가 고파? 아니 왜? 학교에서 점심 안 먹었니?”“아니요, 먹었는데도 또 배가 고파요.”
자라나는 아이들이라 그런지 늘 뒤돌아서면 또 배가 고프다고 한다.
뭐가 먹고 싶냐고 묻자 “돈까스!”라고 외친다.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는 왜 이렇게 늘 한결같은지. 하긴 내가 어렸을 때 자장면을 좋아했던 것과 무엇이 다를까.
아이 손을 잡고 수퍼마켓에 갔다. 두툼하게 썰어놓은 돼지고기에 양배추도 한통 사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돈까스를 만들었다.
양배추를 채쳐 찬물에 담가 두고 고기는 기름기를 떼어낸 뒤 고기 망치로 두드리고, 아이는 옆에서 고기에 밀가루를 묻혀 계란물에 담그고…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왜 밖에서 먹는 돈까스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과 맛이 다를까 하고 말이다.
돼지고기를 양념해 옷을 입혀 튀겨낸 것은 같지만, 조리과정은 여러가지가 다르다.
일식 돈까스의 고기는 일반 커틀릿보다 좀 더 두툼한 2㎝ 정도로 칼이나 연육기로 충분히 두드려 연육을 해준다.
그리고 고기의 앞뒤로 백포도주와 후추를 뿌려 잡냄새를 없앤 다음 마요네즈를 얇게 펴 발라준다.
팍팍한 등심살에 약간의 지방분을 첨가해 육질을 부드럽게 해주고 고소한 맛을 첨가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손질해 밑간을 한 고기에 밀가루와 계란물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노릇하게 튀겨주면 돈까스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때 주의할 것이 빵가루다. 수퍼에서 구입하는 빵가루는 흔히 건조해서 이를 사용하면 겉부분이 단단한 느낌을 주게 된다.
마른 빵가루에는 물이나 우유를 골고루 뿌려 마치 말랑말랑한 식빵을 갈아놓은 것 같은 상태로 만든다.
돈까스를 기름에 튀길 때는 두께가 있으므로 너무 높은 온도에서 튀기면 겉은 타고 속이 덜 익게 되므로 160도 정도에서 한번에 노릇하게 튀겨 건져 주어야 한다.
이렇게 튀겨진 고기는 미리 망 위에 잠시 두어 여분의 기름을 모두 빼낸 뒤 접시에 담아내는 것이 좋다.
유난히 아이들이 기특하게 제 일을 척척 알아서 하는 날, 장바구니를 들고 수퍼에 가서 제철 과일도 한 두가지 곁들여 돈까스 만들 준비를 하자.
아마도 음식을 먹기도 전에 “우리엄마 최고야!”하는 아이들의 찬사를 듣게 될 것이다.
게다가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남편의 따뜻한 눈길도 덤으로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정미경ㆍ여성포털 ‘여자와 닷컴’칼럼니스트
chrn6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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