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교육인적자원부가 18일 발표한 ‘공교육 내실화 대책’은 심각하게 불신받고 있는 학교 교육을 최대한 정상화하고, 땅에 떨어진 일선 교사들의 사기를 북돋아 보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와 함께 학교의 학원화 현상을 비롯, 여러 부작용들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육정책 당국자와 학부모, 교원단체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들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참석자
김성자 서울 청담고 학교운영위원장, 이영만 교육인적자원부 학교정책 기획팀장, 이용환 전국 교직원노조 정책실장, 조흥순 한국교총 교육정책 연구소장
■총론평가
들러리式 의견수렴 정부차원 반성없어
조흥순
= 공교육부실화 문제에 대한 현장위주의 새로운 접근으로 취지와 내용에 상당부분 공감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공교육 부실화 원인에 대한 접근이 미흡하고 정부차원의 반성이 빠져있다. 정부는 공교육 부실화를 세계적 문제로 보고 있지만, 사실은 잦은 정책변경과 실패가 주 원인이 됐다.
이런 부분에 대한 솔직한 반성없이 교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다.
전체적으로 대책이 이상주의와 인기영합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현실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백화점식으로 너무 잡다해서 실현 가능성이 의심된다.
이용환
= 교육정책은 지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보충수업 부활은 그 변경이유가 타당하지 않다. 교육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과 책임에 대한 설명없이 다시 학교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식의 과거회귀는 무책임 것이다.
현장에 대한 진단이 충실히 됐는지도 의심스럽다. 학교정책협의회를 구성해 의견수렴을 한다고 했지만 전교조에 공식적으로 협의를 요청한 적이 없고, 형식적 회의 몇번에, 확정안에 대한 최종 협의도 없었다.
김성자
= 우리 교육은 늘 과도기다. 하루아침에 제도가 급변해 학생과 학부모가 적응하기 힘들다.
학부모입장에서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나가기를 바라는데, 원칙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전인교육을 통한 행복추구가 교육목표라면 이를 확고히 하고 다른 문제는 타협과 협상으로 풀어가면 된다. 제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영만
= 의견들에 공감한다. 이번 대책은 현장에 밀착해 의견을 들어보고 교육부가 그 동안 해온 일들을 점검, 옳은 것은 계속 추진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개선하자는 것이다.
대책은 이런 바탕 위에서 자율권에 포인트를 두었다. 교사에겐 교수권을 확보해 줌으로써 권위와 자긍심을 높이고, 기초학력에 인성 품성까지 포함해 학생의 학습권을 존중해 주고, 학무모에겐 학교에 아이를 맡길 만 하다는 신뢰성을 준다는 3가지 바탕에서 안이 마련됐다.
정책협의회만 한 것이 아니라 전국을 순회하며 학부모 교사, 기타 사회단체 간의 사랑방좌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교사와 학생은 교육현장에서 너무 힘들어 하고, 학부모들은 파출부 일을 해 학비를 마련하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총체적인 안을 준비한 것이다.
■보충수업 허용
교사 전문성 제고 시급 입시경쟁 회귀 막아야
이영
= 가장 큰 문제다. 단위학교의 자율에 맡긴다고 했지만 사실상 보충수업이 부활되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 들어 98년 ‘새 학교문화 창조’라는 정책으로 보충수업을 폐지했지만, 사실상 공공연히 보충수업이 이뤄졌다.
이제 교육부가 앞장서 공식적으로 풀어줌으로써 학교교육이 입시경쟁 교육으로 회귀했다. 크게 우려한다.
금지했던 모의고사도 교육부가 돈을 대고 시도교육청이 주관해 공식적으로 보는 것으로 한 데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결과적으로 학교차등지원의 근거로 삼겠다는 것은 학생이 입시로 고통받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조
= 보충수업을 학교 자율에 맡긴 것은 현실적 문제점을 인정하고 방향을 수정한 것으로 본다.
학교가 보충수업을 폐지하고 특기적성수업을 강조하다 보니 학생들이 사교육에 더 의존하게 됐고, 이는 학원의 선행학습으로 이어져 학교수업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다.
이 결과로 학생의 기초학력 저하 등 복합적 문제가 드러났다. 보충수업이 지나친 입시위주로 흐르지 않고 학교장과 교사가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자율적으로 한다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학교가 학부모의 요구를 수용할 수도 있다. 서울 강남지역 학교들은 보충수업을 하라고 해도 참여할 학생이 적지만 농어촌지역의 학교에선 교사들이 보충수업을 허가해 외지로 빠져나가는 학생들을 붙잡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한다.
이번 조치가 지나친 입시위주로 갈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김
= 보충수업의 주체는 학생과 교사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학원만 안가게 해준다면 보충수업이 좋지만, 부모님들이 못미더워 해 학원에도 보낼 것이다’고 말한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 과목만 열심히 준비해 기능적으로 가르치는 학원강사와 여러가지를 함께 해야하는 교사의 수업을 볼 때 아이들이 학교 수업시간에 자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학교선생의 과목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다. 보충수업은 교사와 학원강사를 비교하게 만들 것이다. 학원강사보다 더 잘 가르치면 누가 학원에 가려고 할 것인가.
이영
= 보충수업이란 용어를 앞으로 쓰지 않으면 좋겠다. ‘별도 교육프로그램’ 하면 곧 국·영·수를 생각하는 관념부터 버려야 한다.
이번 대책은 학생, 학부모, 교사 등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학생의 요구에 맞게 창의성 다양성을 충족시켜 주는 수업을 해야 한다. 자율권을 달라고 해서 줬더니 이제는 싫다는 식은 안 된다.
자율이 주어진 만큼 교육주체들이 토론을 통해 영역과 시간 등을 만들어 가야 한다. 과거와 같은 보충수업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은 우려할 만한 것이 못 된다.
대학이 다양한 전형을 통해 학생들을 뽑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가 기능위주의 학원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체벌 허용
제한된 범위內서 가능 교사에게 판단 맡겨야
김
= 당초 체벌은 교사의 감정이 개입돼 아이들에게 인격적 모욕감 줄 우려 때문에 없앴다. 하지만 교육적 차원이라면 필요하다고 본다.
부모는 문제 자녀를 변화시키지 못하지만, 학교 교사는 선도할 수 있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는 학생의 일생을 바꿀 힘을 갖고 있고, 아직도 우리 사회의 저변에는 선생님에 대한 그런 존경심이 깔려있다.
교사가 진실로 내 자녀에 대해서 사랑의 매를 든다면 대다수 부모는 용납할 것이다. 혹시나 과도한 체벌 등으로 내 자식이 희생될 우려 때문에 항의하는 것이다.
조
= 교내 체벌은 3년 전에 금지됐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무장해제 당했다’는 푸념이 나왔고, 학생들은 ‘때릴테면 때려보라’는 식으로 변했다.
학생의 112신고가 늘어나고 학부모가 교사를 무시하는 행태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교권을 위축시킨 요인이 됐다.
과거에도 교사의 감정적 체벌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체벌은 교육적 의미를 내포한다. 감정이 개입되면 체벌이 아니라 폭력이다.
학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지도하려는 애정이 있어야 한다. 체벌을 단순히 학생의 인격권이나 교권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동양권에서는 깨침과 각성과 같은 교육적 의미를 담고 있다. 체벌은 분명히 권장할 사안은 아니지만, 학생의 인격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교사에게 판단이 맡겨져야 한다.
이용
= 불과 3년만에 다시 사랑의 매를 들 수 있도록 했다. 당시에 체벌금지 결정은 여러가지 정책적, 교육적 판단을 고려한 것이 아니었느냐. 그런데 왜 과거로 돌아갔느냐.
체벌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한 두려움과 반항심이 생긴다. 학교에서 체벌은 좋지 않다. 체벌을 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체벌을 하지 않는 환경ㆍ여건 개선방안이 제시됐어야 했다. 학생들은 다시 선생님에게 맞겠구나라고 받아들인다. 교육당국은 체벌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느냐, 허용하느냐 보다 체벌 없는 학교운동에 나서야 한다.
이영
= 사랑의 매는 분명히 학칙에 근거하도록 했다. 교사와 학부모와 학생 등 교육 주체들의 자율적인 공감대 형성이 선행하도록 했다.
학생 입장에서 ‘이 정도면 선생님의 매를 감수할 수 있다’고 받아 들이도록 한 것이다. 학원에서 회초리로 심하게 맞아도 괜찮은데 학교 교사가 툭 치면서 잠을 깨우면 폭력으로 생각하는 것은 크게 잘못됐다.
김
= 학부모 입장에서는 진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교사가 최고다. 그런 교사는 아이들이 먼저 느낀다. 체벌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은데 교실현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대다수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처벌은 가능하다고 본다.
이영
= 체벌의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안다. 때문에 학칙에 근거하도록 했고, 이는 학교 현장에서 헌법처럼 준수돼야 한다.
■자립형 사립고 요건 완화
입시명문 변질 가능성 점진적 확대가 바람직
이용
= 자립형 사립고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자율학교도 당초 농어촌지역 시행에서 대도시에 있는 공립 인문계 고교로 확대했는데, 입시 명문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자립형 사립고를 30개교로 늘린다고 했을 때 부정적 여론이 높았다. 지난해 5개 시범학교를 선정했는데 1년도 채 안돼 허용기준을 완화하려는 것은 당초 도입취지에서 벗어난다.
자율학교도 마찬가지다. 대도시에 적용할 경우 교육과정을 맘대로 편성, 입시위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정책의 많은 부분이 교육재정 확보를 통한 공교육 투자를 전제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도 탁상공론에 그칠 수 있다.
교육부는 이 참에 교육 내실화의 기본전제가 되는 교육재정 확대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힘써야 한다. 어려운 일이라고 회피해서는 안된다.
조
= 자립형 사립고는 학생의 선택권과 사학의자율성 확대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원의 사기와 자긍심을 고취하겠다고 했는데, 이 정도로 떠난 교사의 자긍심이 되살아날 지 회의적이다. 떠난 교심을 되돌릴 고민과 대책이 더 요구된다. 아울러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이 확보돼야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분야의 두루 참여하되, 정권의 임기와 무관하게 교육문제를 심의하는 국가교육정책위원회 같은 기구를 제안한다.
김
= 평준화정책은 재벌이 사학에 개입하는 등 문제점이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시대적 변화를 역류시킬 수 없다.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국제적 인재를 양성하려면 조심스럽지만 확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교육정책의 일관성도 중요하다.
수년전에 교육계 인사가 2002학년도 대입에서 무시험으로 대학 갈수 있다고 강조해놓고 지금은 아니라고 한다.
교원단체들도 타협과 협상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나치게 투쟁하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고 본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김동국기자
d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