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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초등교실 곳곳 어학연수 결석 '빈자리'"애들이 안 돌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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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초등교실 곳곳 어학연수 결석 '빈자리'"애들이 안 돌아와요"

입력
2002.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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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일 넘도록 텅 비어 있는 2개의 책상이 사교육에 자리를 내준 우리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서울 대치동 D초등학교의 5학년 담임 유모(42)교사는 새학기가 시작된 지 2주일이 넘었는데도 아직 자기 반 아이 2명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2명 모두 지난 겨울 방학 때 미국과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났다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결석학생 속출 실태

이들 뿐인 아니다. 이 학교는 4~6학년의 경우 한 학년에 12명 정도씩 모두 37명의 학생이 해외어학연수를 이유로 아직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거나 개학 후 5일 이상 결석했다.

서초구의 B초등학교와 S초등학교, 송파구의 J초등학교에서도 각각 15명과 23명, 34명의 어학연수 결석생이 확인됐다.

본지가 19~20일 조사한 결과, 서울의 강남 서초 송파 광진구와 분당신도시 등의 30개 초등학교 중 어학연수 결석생이 10명을 넘는 곳이 19곳에 달했다.

이 같은 현상은 조기 어학교육 열풍으로 2~3년 전부터 강남 일대의 유학원을 중심으로 3개월 과정의 어학연수 프로그램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

W유학원 상담실장 권모(36)씨는 “어학연수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3개월 정도는 연수를 받아야 영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12월 중순이나 1월 초부터 3월 중순이나 말까지 이어지는 3개월짜리 어학연수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들은 학교 수업 며칠 빠지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안된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D초등학교 유 교사는 “결석을 하고 있는 아이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수업 진도를 나가는데 어떻게 하나’라고 말을 건넸다가 ‘진도는 과외로 따라 갈 테니 걱정말라’는 핀잔을 듣고 아연실색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학교ㆍ교사 어쩌나

어학연수로 인한 장기 결석생이 속출하자 학교 당국은 이들의 처리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J초등학교 박모 교감은 “7일간은 ‘현장체험학습’으로 인정해 결석처리를 하지 않고 있지만 그 이후는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S초등학교의 6년 담임 권모(32)교사는 “학교를 무시하는 이들에게 성적 등에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재량권이 학교나 교사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교육인적자원부가 2월학기와 봄방학 폐지를 결정, 어학연수 결석생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B초등학교 김모 교장은 “학사일정에 지장을 주는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주선하는 유학원에 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교육학과 정진곤(鄭鎭坤) 교수는 “사교육에 대한 맹신이 만들어낸 우리 교육의 슬픈 초상”이라며 “실질적인 공교육 내실화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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