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일으키고 있는 바람이 여야 정치권의 지각 변동, 즉 정계개편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벌써부터 관심이다. 노 후보는 20일 일부 언론과의 회견에서 “내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 지역구도를 타파, 민주당 중심의 (개혁적) 정책구도로 큰 틀의 정계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당내 경선 통과 후의 정계개편 추진은 평소에 늘 하던 얘기지만 노 후보는 이날 여기에 덧붙여 “(정계개편을 위해)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데까지 나아갔다. 정계개편 과정 및 결과에 따라서는 이미 따놓은 대선후보의 지위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되는 언급이다.
노 후보의 정계개편론이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을까. 노 후보가 기대하는 정계개편은 “내가 후보가 되면 개혁을 명분으로 영남의 벽을 허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 ‘개혁성’과 ‘지역 통합성’을 두 축으로 한다.
노 후보는 이미 자민련이나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등 ‘구세력’과의 원칙 없는 연대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계개편의 추진력은 노 후보의 바람이 지속될지 여부에 달려 있다. 19일 한 방송사의 비공개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의 양자대결에서 지지도 격차를 10%포인트를 훨씬 넘게 벌린 점 등을 감안하면 노 후보는 이미 어느 정도 고지에 올라섰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개혁성을 매개로 한 헤쳐 모여 방식의 정계개편은 노 후보의 돌풍이 한나라당내 개혁적 인사들에게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가능한데 현재로선 미지수다.
개혁성만을 강조한 정계개편론은 여러 세력이 혼재한 당내 경선에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경선에 이겼을 경우에도 노 후보는 당을 추슬러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행동반경이 좁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 후보가 정계개편을 통해 ‘영남 대표성’을 갖는 문제는 한나라당을 탈당한 박근혜(朴槿惠) 의원의 신당 움직임 및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암중모색과도 연관이 있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영남후보 단일화를 매개로 한 정계개편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노 후보와 박 의원이 진보와 보수라는 정체성 차이 때문에 한 지붕 아래 뭉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한나라당 내분 사태의 증폭, 경선 이후 민주당 내부의 분열 가능성도 ‘노무현 판 정계개편’에 고려해야 할 요소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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