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당 내분 수습책 발표 이후 비주류측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부영(李富榮) 부총재와 김영춘(金榮春) 의원이 20일 당직을 내던졌고 김덕룡(金德龍) 홍사덕(洪思德) 의원은 중국으로 동반출국하면서 이 총재와의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갈등 봉합은 아득한 상황이다.당내에서는 이 총재의 ‘실책’이 비주류 외연 확대를 가능케 하는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인 지에 눈길이 쏠려 있다. 이날 부총재를 사퇴한 이부영(李富榮) 의원은 “인식을 같이하는 의원들과 고뇌하겠다”면서 당내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시사했다.
경선과정을 통해 주류측, 특히 민정계 출신 의원들과 대립축을 이루어 비주류 세불리기에 나서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후 함께 중국으로 떠난 김ㆍ홍 두 의원의 탈당 결행 여부도 주목된다. 두 의원의 주변에서는 “이 총재를 만나기도 싫다는 뜻”, “이제 탈당의 명분이 확실해졌다”며 탈당쪽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 김 의원과 가까운 김영춘 의원도 “그 분은 갈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부영 의원이 이날 “김덕룡 의원 등이 입장 표명을 늦추었으면 한다”고 밝힌 것은 주목된다. 두 의원의 잔류를 통한 당내 투쟁력 강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당내 여론도 비주류측에 결코 불리하지 않다. 비주류 ‘왕따’ 분위기가 어느 정도 희석됐다. 많은 의원들이 ‘단합과 결속’을 내세우면서도, ‘함량 미달’ 수습책에 대한 불만과 이에 따른 위기의식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날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미래연대 회의에서는 이 총재의 안일한 시국인식과 대처방식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주조를 이루었다. 구당(救黨) 운동을 주창하는 의원도 있었다. 38명의 원내외지구당 위원장이 모인 서울시지부 회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이 총재의 최대 지지기반인 영남권 의원까지 흔들린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만제(金滿堤) 의원은 “허수아비 권한대행을 내세워 수렴청정을 하지 말고 내일부터라도 선대위를 구성해 당에는 나오지도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