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머리등 첫 출토… 발해史연구 박차오래도록 잊혀졌던 나라 발해(渤海ㆍ698~926년)의 역사를 우리 손으로 복원, 한민족사에 당당히 자리매김하기 위한 국내 학자들의 연구 작업이 본격화했다.
고구려연구회(회장 서길수 서경대 교수)는 20일 지난해 8~9월 러시아 과학원 극동역사고고민족학연구소와 공동 실시한 발해유적 크라스키노 성(城) 발굴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크라스키노는 발해에서 동해를 거쳐 일본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일명 담비길)의 출발지로, 당시 발해와 일본의 관계 및 양국 무역의 실상을 살펴볼 수 있는 주요 유적지다.
더욱이 크라스키노가 위치한 연해주는, 중국이 발해 유적에 대한 접근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발해사의 실증적 연구를 위한 사료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평지에 흙으로 쌓은 크라스키노 성은 총 면적 12만㎡(3만6,000여평)으로, 연해주 지역 발해 성으로는 제법 큰 규모다.
한ㆍ러 공동조사단은 지난해 이 성의 북서쪽 일부 지역에서 발굴 작업을 벌여 기와와 질그릇 조각, 가마 등 유물 수천 점을 발굴했다.
또 8세기 지층을 첫 확인, 이 성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앞선 발해 초기에 축조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서길수 교수는 “특히 이성산성 등 우리나라의 여러 성에서 출토된 말머리(제사용)와 고구려에서 흔히 쓰인 인동초무늬의 벽돌이 연해주 지역에서는 처음 발굴됐다”면서 “발해와 고구려의 연관성을 실증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라고 말했다.
우리측이 연해주 발해 유적 발굴에 참여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93~95년 대륙연구소 등이 러시아와 공동 발굴에 참여,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재정난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발굴 참여로 이어지지 못했다.
고구려연구회의 작업은 우리 학자들이 직접 유적 발굴에 참여, 한동안 단절됐던 실증 연구의 맥을 다시 이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고구려연구회는 올해와 내년에도 러시아 과학원과 공동으로 연해주 발해 유적에 대한 공동발굴 작업을 벌인다.
내년 10월께는 발해의 국가 성격을 놓고 우리와는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일본 학자들을 초청해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또 학술대회에 즈음해 러시아와 중국이 소장한 발해 유물 특별전시회를 열기 위해 교섭중이다. 우리보다 앞선 발해사 연구 실적을 쌓은 북한 학자들과의 공동 연구 작업도 추진중이다.
서교수는 “러시아는 이미 50년대부터 발해사 연구에 많은 공을 들여왔고 발해를 자국에 조공을 바친 속국이라고 주장하는 일본도 연해주 유적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국내의 연구 실적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면서 “발해를 고구려의 맥을 이은 나라로 당당히 주장할 수 있으려면 보다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연구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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