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는 목숨을 걸고 머나먼 비행에 나선다. 생존을 위해서 수 천 년을 거쳐 터득한 자연의 섭리이다. 떠나는 철새의 날개짓은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의 몸짓이기도 하다.‘위대한 비상’(Le Peuple Migrateurㆍ 감독 쟈크 페랭)은 가까이는 수백, 멀리는 수만 ㎞에 이르는 여정을 떠나는 철새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현미경을 들이대듯 곤충의 세계를 세밀하게 관찰한 ‘마이크로 코스모스’로 1996년 칸영화제에서 기술상을 받은 제작 노하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프로젝트였을지도 모른다.
황새, 알바트로스, 북극제비갈매기, 백조, 두루미, 펠리칸, 기러기, 로얄펭귄 등 35종의 철새가 주인공.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리 없는 철새의 이동과 생태를 자연 그대로 담아내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은 처절하다.
세계 각지에서 27종 1,000여개 알을 수집해 인큐베이터에서 부화시켰고, 1998년 7월 아이슬란드에서 시작한 촬영은 2001년 6월에야 끝냈다.
사용한 필름만 150만자(약 450㎞)로 일반영화의 100배에 달한다. 철새와 동일한 시선에서 이동을 따라잡기 위해 특수제작비행기, 헬리콥터, 행글라이더, 기구 등이 동원됐다.
줄무늬기러기가 만리장성을 통과하는 장면을 잡기 위해서는 6개월이라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다.
한적한 호숫가, 인기척을 느낀 기러기들이 날아오른다. 다리가 그물에 걸려 함께 날아오르지 못하던 한 마리는 날개만 퍼덕거린다.
한 소년이 달려와 그물을 끊어주자 다리에 푸른 그물 조각을 매단 채 무리에 합류한다.
지중해에서 스칸디나비아반도까지 300㎞의 여정을 떠난 회색기러기가 1년 후 다시 그 호수를 찾아온다.
고독한 생존의 길을 택하는 흰머리수리, 100g에 불과한 왜소한 몸집으로 북극에서 남극까지 왕복 2만4,000㎞를 이동하는 북극제비갈매기 등 자연의 섭리는 경이롭다.
철새의 여정에는 사막이나 바다 같은 광활한 자연 뿐만 아니라 파리 에펠탑, 미국 뉴욕, 중국의 만리장성도 포함돼있다.
그 상공에서 바라보는 인간의 세계는 미미하기만 하다.
인간은 새의 시각에서 보면 위협적인 존재다. 먹이를 주는 시골아낙네의 아름다운 마음도 잠시. 밀렵꾼의 총성이나 수풀을 베어버리는 트랙터 소리는 철새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마이크로 코스모스’이후 5년 만에 국내 극장에서 개봉(29일)하는 자연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전체관람가.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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