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들로부터 각종 금품을 무차별적으로 상납 받아온 고위 소방공무원이 20일 경찰에 적발됐다.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날 경기소방재난본부장(소방감) 한모(53)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하고 모 소방서 행정과장 안모(56)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한씨의 금품수수 행태는 조사경찰관 마저 혀를 찰 정도였다. 지난해 2월 부임한 한씨는 ‘대외활동비’ 명목으로 산하 24개 소방서장으로부터 매달 10만원씩을 부하 부인 명의의 차명계좌로 거뒀다.
지난해 10월에는 안씨로부터 과일상자에 담긴 현금 700만원을 받는 등 보직변경과 인사고과 평정, 명절 떡값 등 각종 명목으로 부하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모두 6,000여만원을 챙겼다.
그는 소방헬기 구입을 위해 프랑스로 외유를 나가면서 항공료 체재비를 헬기회사에 모두 부담시키고는 엉뚱하게 소방서장들로부터 1,130만원의 출장비를 뜯기도 했다.
뇌물도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보직변경을 부탁하는 부하로부터 백자를 받는가 하면 명절 떡값 명목으로 700만원 어치의 상품권, 각종 양주 등을 상납 받았다.
경찰의 압수수색에서 그의 집 장롱과 사무실에는 쓰다 남은 현금 1,400만원과 상품권이 다발로 발견되기도 했다.
한씨는 그러나 “마음이 약해 가져오는 것을 거절하지 못했다”라고 태연히 말해 경찰관들을 어이없게 했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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