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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나에게도 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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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나에게도 꿈이 있습니다

입력
2002.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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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2월 참여연대 사무처장직을 사임했다. 따지고 보니 사무처장직에 있었던 기간이 1994년으로부터 2002년까지, 8년여의 세월이었다.1994년 국민생활최저선운동, 95년 사법개혁운동, 96년 맑은사회만들기운동, 97년 작은권리찾기운동, 98년 소액주주운동, 99년 예산감시정보공개운동, 2000년 낙선운동, 2001년 민생개혁운동으로 대표되는 참여연대의 시민운동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언젠가 참여연대가 그동안 ‘국민에게 돌려드린 돈’을 계산해 보라고 간사들에게 부탁했더니 무려 4조6,430억원에 이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자동차세 폐지, 제일은행 주주대표 소송, 전파사용료 폐지, 전화설비비 반환, 전차부품 고가 구매액 삭감 등을 모은 것이었다.

이것은 부패한 공직자들에 의해 낭비된 세금, 근거도 없이 부과되는 공과금, 낭비되는 줄 알면서도 속수무책이었던 국민의 돈이었고, 또 국민을 위해 되찾아온 돈이었다.

하기야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일은 더욱 많을 터이다. 더구나 참여연대뿐만이 아니라 환경단체, 여성단체, 평화단체, 인권단체들도 일상적으로 이런 일들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지난 8년을 돌아보면 더 큰 회한에 젖는다. 사실 목표로 설정한 것 가운데 이룬 것보다는 이루지 못한 것이 더 많다.

보다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 시민참여에 의한 사회변화를 시도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물론 좀 더 세밀히 둘러보면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 적지 않지만 우리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부패방지법 등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이 통과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다. 좀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뿐이다.

이 순간에도 여당 대선후보 국민경선제에 나섰던 한 사람이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되었고 이른바 ‘이용호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특검사무실에 불려오는 사람도 끝이 없다.

누구나 깨끗한 선거를 다짐하지만 선거비용 모금과 지출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후보는 없다.

국회에서는 정치개혁특위가 구성되어 있지만 진정으로 정치개혁을 위해 여야가 고민하는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검찰개혁, 사법개혁, 재벌개혁, 정치개혁, 교육개혁, 그 어느 것도 시원하게 이루어진 게 없다.

미국에서도 최근 정치자금 개혁운동이 한창이다. 이른바 ‘소프트 머니’라는 부적절한 정치자금의 조달에 메스를 대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투명한 정치자금 조달을 위해 미국 전역을 도보로 횡단하는 캠페인을 벌였던, 80대의 도로시 할머니의 공헌이 숨어 있다.

우리나라에도 도로시와 같이 의식 있는 할머니가 몇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례가 없지는 않았다. 실상사의 수경스님이 새만금공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고행의 길을 택하는 등 중단 캠페인을 벌였다.

이른바 ‘3보1배(三步一拜)’, 즉 세 걸음마다 한번씩 땅에다 머리를 대고 큰 절을 하면서 명동성당에서 청와대 앞까지 간 것이다. 그럼에도 새만금공사는 중단되지 않았다.

왜 우리는 실패했고 미국은 성공했을까? 그 이유는 시민의 참여 여부라고 생각한다.

마틴 루터 킹이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로 시작되는 그 유명한 민권집회를 워싱턴 의사당앞에서 열었을 때 100만명이 참여하였다.

얼마 전 ‘아버지의 날’에도 같은 장소에 100만명이 모였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사안이 환경이든 인권이든 정치개혁이든 별로 참여하지 않는다.

나에게도 꿈이 있다.

우리가 정치개혁을 주장하는 집회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면 100만명이 참여하는 꿈, 시민들이 시민단체앞으로 앞다퉈 몰려들어 회원에 가입하고 자원활동하겠다고 몰려드는 꿈 말이다.

언제까지나 이것이 황당한 꿈일까?

박원순·참여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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