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20일 총재단 회의에서 전날의 ‘대선후보 및 총재 경선출마’ 선언에 대해 “결정 순간까지 고민과 방황을 했으나 결국 당의 결속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1997년 15대 대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당시 이 총재는 신한국당 대선 후보이자 총재였으나 한동안 아들 병역 문제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당내에는 민주계 등 비주류를 중심으로 후보 교체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런 분란은 이 총재 지지도를 더욱 떨어뜨려 교체론의 명분을 강화해주는 악순환을 불렀다.
결국 후보가 당권을 쥔 상태에서도 후보를 흔드는 적전 분열이 일어난 마당에 총재 경선 불출마로 당과의 연결 고리가 끊어질 경우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이 총재의 우려였던 셈이다.
확실한 지역 기반이나 자파 의원 없이 대세론에 의존해 당을 이끌어 왔던 그로서는 향후 여론의 기류 변화 등에 따른 당 분열 가능성에 그만큼 민감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자신이 빠지는 총재 경선 양상도 이 총재에겐 부담이었다. “과열 경쟁도 그렇거니와 낙선한 중진들이 역할을 찾지 못하고 또 다른 비주류를 형성, 당력을 분산시킬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 경선을 통해 새로 구성된 총재단 역시 대선후 6개월 이내 치러지는 최고위원 경선에 시선이 쏠려 대선 기간 중 당이 구심점을 잃고 표류할 공산이 크다는 예측이다.
이 총재를 떠받쳐온 주류, 즉 보수파와 영남 세력의 핵 분열을 의미하는 이 같은 상황은 일부 비주류의 이탈 움직임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인식이다.
그러나 여론이 이 총재의 입장과 고충을 얼마나 이해할 지에 대해서는 당직자들 조차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당내 문제에 집착하다 당 밖의 큰 흐름을 놓쳤다”는 아쉬움이 여전히 팽배하다. 이날 윤여준(尹汝雋) 기획위원장 주재로 긴급 소집된 특보단 회의는 향후 여론 향배에 대한 걱정이 주조를 이뤘다.
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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