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父子)의 한풀이인가? 20일 한보철강 최종 낙찰자로 AK캐피탈이 선정되자 한 부자의 철강 인생이 화제가 되고 있다.AK캐피탈의 권호성(47) 대표가 바로 연합철강의 창업주인 권철현(77)씨의 큰 아들이기 때문이다.
권철현씨는 철(鐵)의 꿈을 놓지 않은 옹고집으로 익히 유명한 인물이다. 권씨는 1977년 연합철강 경영권을 국제그룹에 빼앗기자 반환을 요구하며 무려 25년간 절치부심해왔다.
2대주주(지분 38.7%)인 권씨는 85년 1대 주주가 된 동국제강과 한치의 물러섬 없이 대치해 회사 경영에서 배제돼왔다.
그 아들이 바로 호성씨인데, 그동안 중후산업이라는 부동산임대회사를 운영해왔다.
권씨 부자가 맺힌 한을 다른 쪽에서 풀 기회가 온 것은 97년 한보철강의 부도. 해외에 있던 아들 호성씨는 이런 부친의 응어리를 풀고 집안 명예를 되찾으려 이듬해 한보철강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AK캐피탈은 이를 위해 만든 컨소시엄이다. 따라서 이번 최종 낙찰로 호성씨는 철강에 맺힌 아버지의 평생 한을 반쯤 풀어주게 됐다.
호성씨 측은 이날 “아직 법원인가와 본계약 체결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고 말을 아끼며 신중한 모습이다.
74년 미국 예일대에 다니며 4년간 300만달러를 벌 만큼 이재에 밝은 호성씨는 뉴욕 런던 등에 두터운 금융인맥을 구축해 이번 인수전에도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제기된 인수자금의 배경 의혹에 대해, 권씨측은 “자금의 절반을 AK캐피탈이 해외에서 조달하는데다 1,600억원대의 가족소유 부동산과 거액의 해외운용자산이 있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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