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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美軍 해외 곳곳에 전진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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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美軍 해외 곳곳에 전진배치

입력
2002.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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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새로운 기지를 찾아 지구촌 곳곳으로 진출하고 있다.9ㆍ11 테러 후 알 카에다 테러 조직이나 반정부 이슬람 과격분자 분쇄를 목표로 시작된 미군의 해외 파병은 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지로 확대되고 있다.

2단계 대 테러전 선포와 함께 주둔 기간도 장기화할 태세다. 새로 주둔한 국가 외에도 좌익 반군과 교전 중인 콜롬비아 등 남미와 소말리아를 위시한 아프리카에도 파병을 추진 중이다.

주목되는 것은 아시아 지역에 대한 진출이다. 냉전 이후 10만 여 병력이 주둔해왔던 유럽의 안보 수요가 약해지면서 중동에 이어, 세계 최대의 인구 밀집 지역인 아시아가 미군의 새로운 ‘정착지’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특히 아프가니스탄 이후 대 테러전의 첫 작전지로 필리핀을 선택했다. 90년대 초까지 아시아 미 전력의 거점이었던 곳이다.

지난 달 2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ㆍ태 안보회의에 참석한 피터 브룩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미군은 아시아 지역에서 영공 접근권과 군항 정박지를 늘리는 방법으로 주둔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러와의 전쟁인가, 군사 진출인가

파병이 확대되고 주둔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의 의도가 단순히 테러전 수행이 아니라 국가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주변국의 의구심도 높아지고 있다.

필리핀 등 동남아로의 진출은 중국의 남하 정책을 견제하거나 대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있다.

또 우즈베키스탄과 그루지야 등 중앙아시아에서의 기지 건설은 지하자원 지배권을 확보하면서 구 소련 붕괴 후 힘의 공백 상태에 놓여 있던 지역에 영향력을 확립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1월 착수한 키르기스스탄의 베슈케트 공군기지 건설의 배경에 이 지역을 통과하는 중앙아시아의 송유관 보호라는 미국의 이익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군의 전체 병력은 약 140만 명. 이 가운데 해외 주둔군은 25만 여 명이다. 육ㆍ해ㆍ공군과 해병을 바탕으로 9개 통합사령부가 전세계를 5개 지역으로 나눠 관할한다.

병사 1명을 해외에 파견하기 위해서는 교대요원이나 지원요원 등 3~5명이 필요하다.

따라서 전 미군의 업무에 무리를 주지 않는 파병 규모는 전군의 10% 이하, 주둔 기간이 길어질 경우 5% 이하로 평가된다.

하지만 1999년 육군의 28%가 해외에서 복무했고, 해병대의 해외파견 횟수는 냉전 당시보다 16배나 늘었다.

■어디로 이동하나

9ㆍ11 이후 미군이 새로 주둔을 시작한 국가는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그루지야 예멘 필리핀 등 7개국. 특히 아시아에서는 장기 주둔 태세가 뚜렷하다.

알카이다 테러 조직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부 사야프 이슬람 반군 토벌작전을 위해 이미 특수부대와 군사고문단 660명이 파견된 필리핀에는 다음 달까지 1,700명 선으로 늘어나게 된다.

필리핀 주둔은 미국이 1992년 11월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비크만 해군기지에서 철수한 이후 10년 만의 진출이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아프간에서도 해병대 병력 1,500명이 1월 101공수사단과 임무를 교대하면서 장기 주둔 태세에 들어갔다.

최근 미군은 과격 이슬람 반군이 활동하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와 공산주의 반군과 내전 중인 콜롬비아, 동부 아프리카의 소말리아, 중앙 아시아의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등에 파병을 추진 중이다.

반면 보스니아 등 유럽에서는 병력을 감축하거나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군사전략의 변화

최근 정책은 조지 W 부시 정부 출범 당시와 비교할 때 180도 방향이 전환한 것이다.

2000년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 전 정부 당시 해외 파병을 “비효율적인 힘의 낭비”라고 비난하며 국익과 무관한 지역 분쟁에 대한 불개입 정책을 선언했다.

그러나 9ㆍ11 이후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가 미국의 안보적 이해에 치명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장관은 1일 “군사외교 전략이 ‘선택적 개입주의(Selective Engagement)’에서 ‘포괄적(Comprehensive) 개입주의’로 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군의 전선 확대는 또다른 저항을 부르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을 테러의 표적으로 삼게 된 것도 이슬람의 성지 사우디아라비아에 미군 병력이 주둔한 때 부터였다. 비판은 미국 내에서도 거세다.

민주당은 “전쟁의 ‘출구전략’을 확실히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토머스 대슐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예멘으로 가는 전략을 논의하다, 다시 필리핀으로 가고, 또 다른 곳으로 가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2월 21일 “클린턴은 아시아를 거대한 시장으로 봤고, 부시는 아시아를 거대한 전선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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