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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과 한일관계 /상대방 불신감 한국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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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과 한일관계 /상대방 불신감 한국이 더 높다

입력
2002.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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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가깝고도 먼 이웃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해 한국은 응답자의 66.7%가 나쁘다(매우 나쁘다 3.9%, 대체로 나쁜 편 62.8%)고 답변, 좋다(31.8%)는 평가보다 2배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본이 신뢰할 만한 나라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가 75.5%(전혀 18.7%, 대체로 56.8%)로 그렇다(23.8%)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아 일본에 대한 감정의 응어리가 여전히 풀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고학력일수록 한일관계가 좋다(대재 이상 35.%, 고졸 31.4%, 중졸이하 27.6%)는 답변이 나와 감정보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일본의 경우 한일관계에 대해 좋다(46.8%), 나쁘다(44.3%)의 평가가 거의 균형을 이뤘으며 한국에 대한 신뢰도도 55.3%에 이르렀다.

양국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또 가장 화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는 역사인식문제가 가장 두드러졌다.

한국은 81.1%가, 일본은 75.4%가 역사인식문제가 한일관계에 장애가 된다고 응답, 되지않는다(17.2%와 18.5%)를 크게 웃돌았다.

또 이 문제가 장애가 않을 시기가 올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39.8%(일본 63.1%)에 그쳤다. 그 결과 한국에선 양국이 공동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역사인식 문제를 든 사람(70.9%)이 가장 많았고 독도문제, 어업권, 경제교류 등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문화교류(37.2%), 역사인식 문제(36.3%)가 다수를 점했고 경협강화, 어업권, 독도문제 순이었다.

일본에 대한 불신감은 안보측면에서도 반영됐다. 군사적 위협이 되는 나라로 한국은 먼저 북한(71.5%)를 지목한 뒤 2번째로 일본(43.8%)을 꼽았다.

한때 총부리를 겨눴던 중국(23.6%)과 러시아(12.5%)은 미국(36.9%)보다도 뒤로 밀렸다. 일본은 군사적 위협이 가장 큰 나라로 북한(62.4%) 중국(23.5%) 등을 꼽았고 한국은 6%에 불과했다.

◇남북한·북일관계

북한에 대한 식량구호가 국제사회의 화두로 등장했지만 일본의 식량원조에 관해 한국과 일본의 생각은 판이하게 달랐다.

한국은 63.7%가 해야한다고 응답, 반대(31.9%)의 2배를 넘었지만 일본은 반대(48.4%)가 찬성(.43.5%)보다 많았다.

북·일 국교정상화에 대해 양국 모두 국교정상화를 해야 하나 서두를 필요는 없다가 대세를 이뤘다(한국 60.4%, 일본 54.7%), 가급적 빨리 해야 한다는 의견은 대동소이(한국 28.6%, 일본 29.6%)했고, 정상화할 필요가 없다는 한국 8.0%, 일본 9.9%였다.

그러나 남북한 통일관은 양국간에 엇갈렸다. 한국은 통일 가능성을 56.9%로 보았으나 일본은 무려 62.4%가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중국의 역할

동북아에서 중국은 한국에겐 기대로, 일본에겐 견제대상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중국의 경제발전이 플러스 영향을 미친다는 대답이 절반에 가까운 49.5%(마이너스 영향은 27.4%)에 이르렀으나 일본은 오히려 마이너스 영향력이 36.1%였고 플러스 영향은 28.5%에 그쳤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 협력해야 할 나라로 한국은 중국(76.4%)을 첫손에 꼽았고 미국(47.8%), 일본(32.2%), 북한(28%), 러시아(9.6%), 대만(9.5%)순이었다. 일본은 미국이 52.3%로 중국(50.5%)을 근소하게 앞섰고, 한국(32.6%), 아세안(29.7%) 순이었다.

이진희 기자

jinhlee@hk.co.kr

■6년전과 비교한 결과

6년만에 실시된 이번 조사는 시대상황에 따라 바뀌는 여론의 흐름을 잘 반영하고 있었다.

우선 월드컵 공동개최의 영향으로 일본을 보는 한국인의 의식은 1995, 96년 조사에 비해 약간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양국이 진정한 ‘이웃’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군대위안부 문제와 같은 ‘역사 바로세우기’의 해묵은 숙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교훈이 또다시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 ‘양국관계가 좋다’는 평가는 31.8%로 군대위안부 관련 망언으로 한일관계가 최악이었던 96년(18.7%)보다는 늘어났지만 95년(42.7%)비하면 낮아졌다.

또 일본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이 늘면서 일본을 신뢰할 수 있다는 응답도 23.8%로 96년(16.5%)에 비해 높아졌다.

하지만 일본의 역사인식문제가 양국관계에 장애물이 된다는 응답이 오히려81.1%(95년 71.3%)로 높아져 일본에 대한 역사문제 해결 요구가 날로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 군사적 위협이 되는 나라로 일본(43.8%)이 북한(71.5%)에 이어 2위에 오르는 등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의 순위는 95년 조사와 변함이 없다. 그러나 힘의 외교를 강조하는 미국과 중국의 위협체감 지수가 다소 늘어났다.

■일본 전문가 진단

우선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신뢰도가 1996년 조사보다 14%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음식문화나 영화 등 한국의 대중문화에 접촉할 기회가 늘어난 점이나 월드컵 축구대회 개막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언론이 한국을 자주 소개하고 있는 것이 배경이다.

지금까지 일한 양국 사이에는 각 분야에서 인적ㆍ물적 교류가 진전되는 가운데서도 신뢰감은 자라지 못했다. 월드컵 축구대회는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의식을 바꾸는 커다란 계기가 될 것이다.

이에 비해 일본에 대한 한국측의 신뢰도는 7% 포인트 늘어나는데 머물렀다. 이는 역사인식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피부감각으로는 한국측에도 상당한 변화가 움트고 있다.

양국이 공동으로 우선 매달려야 할 과제로는 한국측의 70%가 역사 인식 문제를 들었다. 일본측이 역사인식 문제를 건드리는 것은 피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한국측은 그것을 민감하게 감지한다.

양국이 역사 해석을 일치시킬 필요는 없지만 일본이 이 문제에 정면으로 매달리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일본인 자신의 문제이다.

그러나 한국측에서 80% 이상이 ‘역사인식 문제가 한일 관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응답했으나 그중 40%가 이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 시대가 오리라고 예측했다.

이 40%를 적다고 봐서는 안 된다. 경제발전과 민주화, 국제 교류의 결과 한국인의 가치관도 다양화하고 있다. 사회적 성숙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도가 아직 낮다고는 하지만 높아지고 있다. 조사에서 나타난 일본인의 의식 변화가 한국에 전해져 한국인의 대일 의식도 부드럽게 변화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慶應)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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