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5명 탈북자의 스페인 대사관 진입사건을 신속히 처리했다.자칫하면 사건의 파장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지난해 장길수군 사건에 이어 제3국행 방식이 관행으로 정착되는 듯한 느낌이다.
탈북자 문제는 남북, 한중, 북중관계에서 뜨거운 감자와 같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내외 탈북자 지원 단체들은 다시 한국 정부가 난민자격 확보 등 외교적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탈북자 문제는 이들에게도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보편적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인권 차원의 사안이다.
이 점에서 이들에 대한 국제법적 난민자격 인정은 당연한 요구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 매우 복합적 차원의 해결이 요청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중국 내 탈북자에 대한 처리는 중국 정부의 권한이다. 중국은 신장 위구르 지역이나 티베트 지역 등 소수민족 문제를 안고 있다.
북한 탈북자에게 국제적 난민자격을 인정하면 똑같이 이들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이는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내정 개입을 허용하게 되며 가뜩이나 꼬여 있는 미중관계를 감안할 때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태이다. 현재로서는 제3국행 방식이 중국의 한계 일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남북관계와 직접적 연관을 갖고 있다. 우리가 이 문제를 다루면서 가장 먼저 부딪치게 되는 물음은 탈북자가 줄어들기를 원하는가 늘어나기를 원하는가 하는 점이다.
만일 늘어나기를 원한다면 그 논리의 최종 도달점은 북한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남북 화해협력의 방향에서 본다면 당연히 줄어야 한다.
오히려 향후 이러한 탈북자 사태가 대량으로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북한의 경제재건까지 시야에 넣은 남북 화해협력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우리는 이미 들어와 있는 탈북자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정착시키는데 많은 곤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북한 내에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쪽으로 체제가 개선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이나 중국에 대하여 탈북자 문제 해결을 요구하려면 남한 정부나 단체들이 이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이 전제가 된다.
당연히 식량지원을 포함하여 대북 경제지원을 해야 탈북자 문제 해결을 요구할 명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남한이 대북 경제지원을 국제적으로 떳떳이 내세울 만큼 충분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탈북자가 증가한다면 그 때에는 당당하게 북한에게 이 문제 해결을 직접 요구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민족적 견지에서도 중국 이상으로 북한을 지원할 수 있는가가 중요해진다.
나아가 남북간 화해협력을 포함하여 북한의 대미, 대일관계에 대한 입장도 열쇠가 된다. 이번 사건은 일본의 탈북자 인권단체가 치밀한 계획 하에 추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단체를 포함하여 지난번 장길수군 사건 배후에 있던 일본의 단체들이 북일 수교를 원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단체들은 북한 인권문제를 이유로 북일 관계 개선에 앞장서서 반대하는 세력이다.
북미, 북일의 미수교 상태는 사실상 적대관계와 다름이 없다. 문제는 이 적대관계 해소를 가로막는 구실로 인권문제가 거론된다는 데 있다.
바로 스페인이 의장국인 EU국가들이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할 때 설득력을 갖는 것은 미, 일과는 달리 북한과 수교를 맺고 경제지원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도 EU와는 인권문제를 협의하겠다는 유연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제 국내의 탈북자 단체들에게도 남북 화해협력의 흐름과 보조를 같이하면서 문제해결을 꾀하는 균형 잡힌 시각과 지혜가 요청된다.
이는 탈북자를 포함하여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방책은 다름아닌 남북 화해협력, 북미, 북일관계 정상화란 자각을 뜻한다.
서동만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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