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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강변여과수 심층취재 / 獨선 강물대신 지하수로 수돗물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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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강변여과수 심층취재 / 獨선 강물대신 지하수로 수돗물 공급

입력
2002.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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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앞으로 다가온 22일은 제9회 물의 날이다.그러나 ‘수돗물 논란’은 멈추지 않고 있고, 수돗물을 직접 마시지는 않겠다는 시민들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최고의 환경 선진국가로 알려진 독일을 방문해 130년 역사의 독특한 취수방식인 ‘강변여과수’ 시설을 심층 취재했다.≫

/편집자주

“오염에 무방비 노출된 하천수로는 수돗물을 만들지 않습니다. 자칫 독극물이라도 방류되면 어쩌려구요.”

독일 쾰른시 수자원시설공사(GEW) 관리 책임자인 악셀 스피스 박사는 “한국에서는 강물을 바로 취수해 수돗물을 만든다”고 하자 손사래를 치며 “안정적 식수 공급을 위해서는 염소 소독 조차 필요 없는 ‘강변여과수’가 바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 가정에 공급되는 80%의 수돗물이 강변여과수를 비롯한 지하수이며, 일부 산간에만 댐 물이 공급된다”고 덧붙였다.

▼완벽한 자연여과

지난 8일 쾰른 중심부에서 10여㎞ 떨어진 라인강변의 랑엘(Langel) 마을. 강변에서 300여m 떨어진 넓은 들판에 땅 속 25m에서 지하수를 퍼올리는 취수정 20여 개가 드문드문 놓여 있었다.

라인강 물이 바닥으로 스며 고운 모래층 등을 통과, 자연여과 과정을 거쳐 이 곳으로 모이는 데는 대략 3~4주가 걸린다. 한강에서 취수장으로 곧바로 물을 끌어오는 우리나라와는 판이하다.

취수된 물은 지하에 매설된 관을 타고 5㎞가량 떨어진 2차 여과지(인공함양지)로 이동해 지상 위로 분수처럼 쏟아져 내린다.

여과과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흩어진 물은 땅으로 침투하는 ‘2차 자연여과’ 과정을 밟는다.

수맥을 타고 2㎞ 떨어진 정수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불순물은 완벽하게 제거된다.

취수장에서 정수장으로 직행, 원수 상태에 따라 염소 등 약품을 쏟아붓는 우리처럼 소독부산물 공포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피스 박사는 “뿌린 물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면 낭패이기 때문에 땅 속 지형을 모르면 꿈도 꿀 수 없다”며 “독일은 이미 수 십년 전에 모든 도시의 지하수맥 조사를 마친 상태”라고 강조했다.

정수장에서 활성탄 처리만 거친 수돗물은 일체의 화학처리 없이 각 가정으로 배달된다.

▼안전성이 최우선

독일 라인강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은 2ppm 내외의 2급수(기준 3ppm이내). 낙동강 수질보다 뛰어나며 팔당호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독일 환경부 관계자는 “돌발적인 수질 오염사고가 나면 급수 중단은 물론, 엄청난 재앙이 올 수도 있다”며 “1986년 상류의 스위스 화학공장 화재로 인한 라인강 대오염사건 때도 강변여과수 수질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강물은 대부분 하류로 흘러가 버리고 지층으로 스며든 미량의 오염된 물은 여과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화된다는 것. 낙동강 페놀사건 같은 재앙은 원천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일체의 화학적 처리가 필요없는 맑은 원수 덕분에 발암물질 등 위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돗물 바이러스, 다이옥신 등 각종 수질 항목이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에 의해 연속적으로 체크되며 재택 근무 때도 모뎀 등을 통해 점검과 대처가 가능하다.

또 최초 설비만 갖추면 정수 등 추가 비용이 덜 들기 때문에 하천수로 직접 수돗물을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정수장 측은 덧붙였다.

한편 환경부는 낙동강 등 국내 주요 상수원의 수질이 악화함에 따라 ‘강변여과수’를 수자원 다변화의 중요 대안으로 보고 최근 수 차례에 걸쳐 쾰른시에 연수단을 파견한 바 있다.

쾰른ㆍ프랑크푸르트=강 훈기자

hoony@hk.co.kr

■우리나라 강변여과수 실태

우리나라는 강변여과수라는 선진적인 취수방식에서 아직은 유아단계다.

환경당국 지자체는 1991년 유기용제 방류, 93년 폐놀 유출 등 낙동강에서의 2차례 대형 오염사고를 계기로 강변여과수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96년부터 최근까지 경남 김해, 함안 등 낙동강 유역에서 세차례에 걸쳐 강변여과수에 대한 ‘실험’이 진행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낙동강이 우선 대상이었던 것은 수질 오염이 극심하고 수돗물에 대한 불신감이 가장 높은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3번에 걸친 실험사업을 토대로 창원 대산지구와 함안 이룡지구에 2004년 수돗물 공급을 목표로 한 최초의 강변여과수 시설이 착공됐다.

급수 인구 3만명에 일일 8만톤 생산하는 소규모 시설이지만 대체 상수원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독일의 쾰른 정수장처럼 2회의 자연여과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강변 지하수가 곧바로 정수장으로 직행, 소독 처리하는 ‘반쪽 여과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하수 수질은 낙동강 표류수보다 훨씬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탁도는 4.4이하로 나타나 먹는 물 수질기준(2도 이하)에 근접했으며 색도 역시 1~8로 대부분 수질 기준(5도 이하)이내였다.

반면 낙동강 표류수의 탁도(3~98), 색도(5~200)는 고도 정수처리를 거쳐야만 먹는 물이 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안전한 식수 공급 차원에서 강변 여과수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함께 시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낙동강 하류변의 12개 개발 가능지에서 일일 최대 128만톤까지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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