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한국은행 총재에 박 승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 위원장이 선임됐다. 중앙은행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졌음을 반영하듯, 이번 한은 총재 선임에는 국민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컸다. 몇몇 후보에 대해 구체적인 평가가 제시되기도 했다.박 신임 총재의 기용배경은 정부와의 원활한 정책 협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출신으로 대학 교수,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건설부 장관 등을 지낸 그의 경력을 보면 짐작이 간다. 물론 정부와의 정책 협조는 중요하지만, 이 점이 총재 인선의 주요 기준이란 점은 쉽게 납득이 안 된다.
오히려 이 때문에 업무 수행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는 이유를 신임 총재와 정부는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안정론자와 성장론자로 구분하자면, 전공이 경제발전론인 박 신임 총재는 후자에 속한다. 그가 6공화국 건설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강력히 추진했던 ‘주택 200만호 건설’과 평소에 물가보다는 성장을 더 중시했다는 것 등을 고려하면 경기 과열론까지 나오고 있는 현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얼마나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그는 학계와 관계를 두루 거쳐 이론과 실무에 모두 능통한데다 소신이 뚜렷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두 차례 큰 선거가 있는 등 국내외 경제환경이 불투명하다. 이럴 때 일수록 무엇보다 물가의 안정이 요구되고, 이는 한은의 독립적 기능이 전제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그의 경제에 대한 폭 넓은 식견과 경험에 큰 기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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