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붙잡기 위해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다.한국 소비자 특유의 반일감정 탓에 지금까지 제대로 영업 성과를 올리지 못했던 일본 기업들이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소비자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장기 경기 침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경제 사정과 엔화 약세로 인해 높아진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한국 시장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을 알아야 아시아를 잡는다
캐논사는 지난 해 9월 아시아 총괄본부인 홍콩 지사에 한국 전담 직원으로 중국어 한국어 영어에 능통한 한국계 직원을 특채했다.
이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서 매출액 비중이 25%에 달하는 한국 시장을 보다 철저히 공략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캐논측은 설명했다.
소니는 한국 법인인 소니코리아를 현지 법인이 아닌 독립 글로벌 가전사로 키우고 있다.
소니코리아는 2월부터 싱가포르의 아시아 총괄본부와 도쿄(東京) 본사에 한국인 직원을 각각 1명씩 파견해 경영 및 판매전략을 교류케 할 뿐 아니라 아시아 총괄본부의 싱가포르인 직원과 파나마인 마케팅 전문가를 서울에 상주시켜 공동 글로벌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소니는 또 소니코리아에 아태지역에서는 유례없는 현지인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했다.
▦최고의 CEO를 투입하라
디지털 종합기기업체인 엡손은 4월 한국인 CEO를 일본인으로 교체한다.
새로 취임하는 CEO는 아시아 총괄본부격인 싱가포르 지사의 CEO를 거치며 최고의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인물로 알려졌다.
한국토요타자동차의 CEO 야스노 히데야키(安野秀昭ㆍ53)도 일본 본사와 미국 법인의 요직을 두루 거친 최고 인재.
이 회사 관계자는 “한국인 CEO가 현지화를 위해서는 필요하겠지만 세계적인 기업과 무한 경쟁이 벌어지는 지역에서는 특급 구원투수가 필수”라고 말했다.
▦가자! 한국으로
일찌감치 국내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선전이 알려지자 일본 경쟁업체들이 잇따라 한국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지난 해와 올 초 샤프전자와 나쇼날 파나소닉 도시바가 한국 법인을 공식 출범시킨 데 이어 연내 일본의 주요 가전업체들이 한국으로 총출동할 전망이다.
국내에 수입되자마자 외제차 업계 4위에 오른 토요타를 쫓아 미쓰비시 혼다 닛산 등 일본의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도 이르면 연내에 한국에 상륙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 기업의 대대적인 공략에 맞서 업계 차원의 대응책이라도 마련해야 할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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