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3위를 달려온 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이 19일 후보를 사퇴함에 따라 경선은 ‘2강 1중 1약’의 4자 대결로 압축됐다. 동교동계를 바탕으로 탄탄한 조직을 갖고 있는 한 고문의 사퇴는 경선 판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한 고문은 후보 지지 문제에 대해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어느 후보가 수혜자가 될지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盧武鉉) 후보측은 한 고문 사퇴가 노 후보 중심의 개혁세력 결집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날 ‘쇄신연대’ 소속 의원 10여명의 오찬 모임에서도 노 후보에 대한 우호적 발언이 많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 후보는 “한 고문이 ‘국민화합을 바라는 광주 시민들의 뜻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말한 것을 새겨 동서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고문이 광주 경선에서 선두를 차지한 노고문을 우회적으로 지지한 것이라는 게 노 후보측의 주장이다.
이인제(李仁濟) 후보측은 “불리할 게 없다”며 한 고문의 사퇴를 ‘노무현 바람’ 차단의 계기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측은 “그 동안 한 고문과 동교동계를 비롯한 조직표의 겹침 현상이 있었기 때문에 조직표 확보 차원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후보가 한 고문 사퇴에 대해 “한 고문이 당을 위해 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것은 당권을 고리로 한 연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김중권(金重權) 후보측은 “동서연대에 의한 영호남 화합정권 창출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영입파의 상당수가 한 고문 지지와 겹치므로 한 고문 사퇴가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정동영(鄭東泳) 후보는 “끝까지 분투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책임”이라며 후보사퇴설을 일축했다.
한 고문의 사퇴 결정은 광주 경선의 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고문은 16일 지지기반인 광주지역 경선에서 17.9%의 득표율로 3위를 하는 데 그치자 참모들과 대책회의를 갖고 거취를 논의해왔다.
대책회의에서는 참모들간 사퇴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으나 한 고문은 18일 밤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문은 19일 아침 문희상(文喜相) 설훈(薛勳) 의원 등 핵심 측근들과 조찬 모임을 갖고 사퇴를 최종 결정했다.
광주 경선 직후부터 한 고문 사퇴설이 나돌자 이인제 노무현 후보측은 한 고문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물밑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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