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가 경기회복의 패턴을 뒤바꿔놓고 있다.’ 미국 경제의 회복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었다. 경기 상승곡선이 이 바닥을 친 뒤 가파른 V자를 그리고 있다.과거 경기회복 사이클만을 놓고 의문을 표시하던 경제전문가들도 당초 전망치를 수정하느라 곤혹스런 표정이다. 경기회복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회복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봄날은 온다
경기회복의 양대 지표는 생산과 소비. 지갑이 두터워진 소비자들의 늘어난 씀씀이에 맞춰 기업이 공장라인을 돌릴수록 경기가 좋아진다는 개념이다.
최근 미국의 경기회복은 이들 양대 지표에서 모두 파란 불이 들어와 있다. 미국 3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전달의 90.7에서 95로 개선돼 2000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5개월 중에 4달 동안의 상승추세다.
1년이 넘게 하락세를 보이던 산업생산도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월 산업생산이 0.4% 증가, 전 달의 0.2% 증가(수정치)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달 초 미국 공급관리연구소(ISM)가 발표한 제조업지수도 54.7을 기록, 침체와 팽창의 경계선인 50을 2000년 7월 이후 19개월 만에 처음으로 넘어섰다.
■ 당황하는 월가
올초 월스트리트가 내다본 미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2~3%. 그러나 올들어 발표된 주요 경제지표들이 당초 예상을 뒤엎기 시작하면서 월가 전문가들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이달 초 발표된 4ㆍ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전망치인 0.2%를 크게 앞지른 1.4%를 기록하면서 전문가들은 앞다퉈 수정 전망치를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 주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최근 경기회복 추세를 감안할 때 외부적인 돌발 사태가 없는 한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4%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술 더 떠 18일 미국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와 살로먼 스미스바니는 올 미국 경제가 5~6%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제시했다.
■ 신경제가 이끈다
최근 미국의 경기회복 추세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엎어놓고 있다. 경기침체의 바닥과 탈출방법을 모르겠다며 비관론 일색이었던 월가에는 불과 몇 달 만에 속도조절론이 나오고 있다.또 지난해3·4분기에만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과연 불경기를 겪었는지에 대한 회의감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이 같은 현상에 대해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근호(25일자)는 '놀라운 경제'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통해 신경제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신경제의 기술혁신과 정보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유례없이 빠른 경기회복의 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생산성이 좋아지면 기업가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가격을 높일 필요도 없고,근로자들은 생산성이 높아진 만큼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이는 소비지출을 자극,다시 기업의 생산활동을 늘리는 선순환을 가져온다.실제로 지나해 0.4%의 낮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질급여는 2.5% 증가한 데 이어 소비지출은 3.1%나 늘어 내수경기를 떠받쳤다.이같은 소비부문의 호조는 과거 50년 간 경기침체기간에 생산성이 0.6%감소한 것과는 달리 지난해 생산성이 2.7%높아진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비즈니스는 이와 함께 신경제에서 촉발된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정보화에 따른 신속한 의사결정과정이 경기회복에 놀랄만한 탄력을 제공했다고 소개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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