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18일 창단이후 처음으로 국내 최고 권위의 아마추어 축구대회인 대통령배를 석권한 홍익대의 김성남(48) 감독은 우승이 실감나지 않는 듯 말끝을 떨며 감격했다.
불과 3개월전,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당시만 해도 홍익대는 모든 팀들이 승리를 넘보는 대학축구계의 동네북 신세였다.
지난해 말 26명의 선수중 주전 4명을 포함한 12명이 팀을 이탈해 사실상 베스트11 구성도 어려운 참담한 상태였다.
예선통과조차 어려울 것으로 여겨지던 홍익대가 우승에 골인하기까지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뒤따랐다.
“제일 어려운 팀을 맡았기 때문에 수비를 두텁게 하고 역습기회를 최대한 살리는 팀 운영이 불가피했다”는 김 감독은 “부임 직후 선배들의 억압과 기합을 없애려 가장 애썼고 덕분에 선수들이 끈끈한 단결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후 주전 공격수이던 강민용을 중앙 수비수로 기용하고, 측면 수비수 이진석을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우는 등 포지션 파괴를 끝낸 뒤 수비조직력 강화에 나섰다. 홍익대의 빗장수비는 이번 대회 7경기 3실점이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입증됐다.
그러나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하늘의 도움. 김 감독은 “팀내 실질적으로 출전가능한 선수가 12명밖에 안됐지만 동계훈련과 대회도중 단 한명의 부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축구감독으로서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행운이었다”라고 평가했다. 대학시절 처음으로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는 주장 김종훈(22) 역시 “꼴찌에서 일등에 올랐는데 무슨 소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라며 기뻐했다.
이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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