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K(32ㆍ서울 관악구 봉천동)씨는 지난 해 12월 결혼식을 앞두고 갑작스런 고민에 빠졌다.주례를 부탁했던 은사(恩師)가 40대 중반이라 너무 젊고 튄다는 이유로 부모님이 몹시 반대를 했기 때문. K씨는 결국 친구에게 소개 받은 인터넷 주례 대행사 덕분에 고민을 손쉽게 해결했다.
결혼식 보름 전 인터넷으로 주문한 후 청첩장을 팩스로 보내고 대행비 12만원을 무통장 입금시키자 곧바로 전직 교수 출신이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K씨는 “인스턴트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부모는 물론, 색시한테도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해 준다는 말에 안심했고, 반응도 좋았다”고 말했다.
주례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층 사이에서 결혼식 주례를 인터넷으로 구하는 사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은 H주례인협회, H예식문화연구회 등에서 운영하는 주례 풀(Pool) 30~70여명이다.
결혼식 한달 전, 늦어도 보름 전까지 인터넷으로 주례를 주문한 후 사례비를 온라인으로 입금하면 교수나 정치인, 재계 인사 등 구미에 따라 주례를 맞춤식으로 구할 수 있다.
이들은 상당수가 명문대 출신 전직 교수, 정치인, 재계인사 등 명망가들로 주례 경험도 많아 인기도 높다.
그러나 인륜지대사인 결혼식의 상업화, 인스턴트화에 대한 우려도 높다.
서울대 사회교육과 손봉호(孫鳳鎬) 교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우 중요하게 여겼던 주례를 통과의례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며 “상업적으로 주례까지 주문하는 세태가 마뜩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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