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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한 루이제 린저…빈자리로 남은 '生의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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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한 루이제 린저…빈자리로 남은 '生의 한가운데'

입력
2002.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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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직도 생의 한 가운데 서 있는가.”17일 독일 뮌헨에서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난 작가 루이제 린저. 그는 생전에 늘 이 질문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가 서른아홉 살이던 1950년에 발표한 소설 ‘생의 한 가운데’가 전후 독일 문단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해 허무주의에 빠져 있던 전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켰기 때문이다.

1975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생의 한 가운데 있다는 것은 자기 존재의 의미가 충만하게 보일 때라야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를 향한 강한 의지로 자기만의 길을 걸어간 이 소설 주인공 니나 부슈만은 린저 그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다.

바이에른 지방의 전형적 독일 가정에서 태어난 린저는 뮌헨 대학을 졸업, 제2차 세계대전 중 소설 ‘파문’(1941)을 펴내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 소설은 나치에 의해 감상적이라는 이유로 판매금지 조치를 당하는 등 탄압을 받았고 작가는 2년 가까이 투옥됐다. 전쟁이 끝난 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옥중기’(1946)를 발표했다.

이 작품을 계기로 린저는 개인의 내면을 묘사하는 데서 벗어나 인류의 비극과 구원의 문제에 눈을 돌리게 된다.

린저는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구절처럼 ‘모든 여성적인 것만이 우리를 구원한다’고 믿었다. 대표작 ‘생의 한 가운데’는 이런 믿음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기만과 타협을 용납하지 않는 주인공 니나 부슈만에게 자신의 생애를 전부 걸었던 슈타인 박사의 일기였다.

확고한 신념을 갖고 사회와의 갈등 속에서 자신을 지켜나가는 여성 니나의 모습은 이후 린저의 작품에서 더욱 강렬하게 나타난다.

‘다니엘라’(1953)도 개인적 구원의 문제를 뛰어넘어 인류 구원의 길을 탐색한 그의 대표적 명작으로 꼽힌다.

린저는 여성ㆍ평화운동에도 앞장섰으며 1984년에는 녹색당 대통령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특히 그는 냉전시대 친북 인사로 국내의 관심을 끌게 된다.

북한을 10여 차례 방문해 김일성과 친분을 나누기도 했던 그는 북한 방문기 ‘또 하나의 조국’과 작곡가 윤이상과의 대담록 ‘상처받은 용’ 등을 출간했다.

이들 저서에서 북한을 ‘순박한 인민이 사는 범죄없는 천국’으로 묘사하는 등 북한 체제를 일방적으로 찬양해 국내외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00년에는 달라이 라마의 한국 방문이 무산되자 방한 허용을 촉구하는 서한을 청와대에 보내는 등 한국에 대해 변함없는 관심을 보였다.

국내에는 ‘검은 당나귀’와 ‘개 형제’ 등 그의 작품 10여 권이 번역 소개됐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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