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고심 끝에 내놓은 당 내분 수습안은 정당개혁을 주장한 비주류의 요구와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자신의 입지를 절충했다고 볼 수 있다. 비주류는 당권과 대권의 즉시 분리와 1인 지배체제에 기반을 둔 제왕적 총재의 종식을 요구했다.이 총재는 권한대행을 임명, 집단적 지도체제를 도입하겠지만 총재직 고수의사는 분명히 했다. 당무에서 손을 떼고 2선 후퇴 모양새를 갖춘 뒤 예정대로 출마를 강행, 총재가 된 뒤 권한대행을 두어 당을 합의체로 끌고 가겠다는 다소 복잡한 해법이다.
이 총재 스스로 인정했듯이 이 방안은 비주류측과 사전 교감이 없는 가운데 결정된 것이다. 김덕룡ㆍ홍사덕 의원 등 비주류측이 미흡하다고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한나라당이 역대 어느 야당보다 집권 가능성이 높고 원내 제 1당이라는 점에서 이 총재의 선택을 예의 주시해 왔다. 한나라당이 어떤 모습으로 정당개혁 요구를 수용하느냐는 우리 정치수준의 향상 및 정당민주화와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 총재가 비주류측의 몰아붙이기 식 개혁공세와 민주당의 노무현 돌풍 등 변화무쌍한 대선 국면 초입에서 선택의 폭이 좁았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후보와 총재에 모두 출마하고 총재직을 유지한 채 대선을 치르겠다는 결정은 내분의 조기종식을 바라는 사람들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비주류측이 이를 수용하고 안하고는 그 다음의 문제다.
이 총재의 이 같은 선택이 과연 설득력이 있는 것인지는 일차적으로는 한나라당 당원들이, 다음으로는 여론과 국민이 평가할 것이다.
이 총재가 호화 빌라문제에 대해 “집 없는 서민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한 처신이었다”고 사과하고 손녀딸의 국적문제에 대해서도 국내법에 의한 출생신고 계획을 알리면서 가족들의 근신을 다짐한 것 등은 여론에 귀를 여는 모습이다.
측근정치의 폐단에 대해서도 있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다짐이 어떤 모습으로 실천에 옮겨질지 지켜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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