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자유롭게 꿈을 펼치고 싶습니다”1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탈북자 25명은 피로와 공포를 뒤로 한 채 관계당국이 마련한 모처 안가로 이동, 간단한 건강검진을 받은 뒤 감격의 첫 밤을 보냈다. 이들은 환한 표정으로 저녁 내내 두런 두런 얘기꽃을 피우기도 했으나 장래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 탓인지 뒤척이다 잠을 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5시 20분께 공항 입국장 9번 출구로 들어온 여섯 가족과 고아소녀 2명 등은 환희와 감회를 잠시 접고, 소감 등 5개항에 대한 간단한 기자회견에 응했다.
탈북자들은 장시간 비행으로 피로한 기색을 떨치지 못했으나 스페인 대사관 진입시 입었던 겨울 옷과 모자를 벗어 던지고 가벼운 점퍼나 양복 운동복 등으로 갈아 입어 비교적 산뜻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탑승 게이트를 꽉 채운 내외신 기자 60여명과 마주치자 당황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으나 이내 ‘반갑습네다’라며 인사를 건네고 손을 흔들어 보이는 등 여유를 되찾았다. 고아로 알려진 김 향(16)양은 “나이가 어리고 배운 것도 적어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 오게 됐다”며 북받치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들은 이어 공항특수경비단의 호송을 받으며 귀빈 주차장으로 빠져나가 대사관 진입을 도운 독일인 의사 폴러첸씨와 이 서 목사 등 피랍탈북인권시민연대 회원 10여명이 전달한 환영의 꽃다발을 받고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탈북자들은 경찰의 삼엄한 경호속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45인승 대형버스에 탑승, 1시간만인 오후 7시께 서울 대방동 안가에 안착했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동안 서울의 모습이 놀라운 듯 연신 커튼을 젖히고 바깥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앞으로 국정원 등 관계 당국으로부터 1주일 가량 탈북동기, 과정 등에 대해 신문을 받게 된다. 이어 통일부가 운영하는 경기 안성의 사회적응 교육기관 ‘하나원’으로 이동, 간단한 직업훈련을 포함한 정착교육을 받는다. 이들은 2개월의 교육이 끝나는 5월말께 주민등록증을 들고 각자 원하는 곳에서 자유로운 새 삶을 시작하게 된다.
/마닐라=최기수기자mounta@hk.co.kr
정원수기자nobleliar@hk.co.kr
■"대규모 한국행 더 있을것"
한편 지난해 6월 장길수군 가족 7명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베이징 사무소 진입을 주도 했던 길수가족구명운동본부의 문국한(文國韓) 사무국장은 이날 향후 국제연대에 의한 탈북자들의 대규모 한국행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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