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를 소지한 은행 무장강도단이 날뛰어 우리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현실에서 사람들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는 은행 강도단일지라도 스크린 속에서는 때론 웃음을 선사하는 소재로 활용된다. 베리 레빈슨 감독의 ‘밴디츠(Bandits)’ 가 그런 영화다.
언뜻 영화의 구성은 아서 펜 감독의 1967년 작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에서 아무런 희망없이 어둠과 좌절 속에서 살다 인생의 막장에서 죽음을 당하는 두 주인공의 비극과 달리 ‘밴디츠’ 의 주인공들에게는 내일이 있다.
성격이 전혀 다른 교도소 동기인 조 블레이크(브루스 윌리스)와 테리 콜린스(빌리 밥 손튼)이 탈옥과 동시에 은행을 털기 시작한다.
방법도 특이하다. 전날 밤 지점장 집에 침입해 다음날 아침 지점장을 데리고 유유하게 은행을 터는 식이다. 이들이 은행을 털 때마다 역설적으로 철저한 보안과 경비를 자랑하는 미국 사회 허점이 웃음을 유발한다.
영화는 이처럼 우스꽝스러운 상황 설정과 인물을 등장시켜 웃음을 자극한다.
생각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조와 앞일에 대한 완벽한 계획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사색가 테리.
이 환상의 복식조에 따분한 결혼 생활에 지친 변호사의 부인 케이트(케이트 블랑쳇)가 끼어들면서 은행털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진다.
두 남자가 케이트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마지막 은행털이에서 경찰의 포위망에 걸린 둘은 서로에게 총질을 한다. ‘우리에게…’ 를 떠올리는 순간이다.
여기에서 절묘한 반전이 이뤄진다. 이들이 서로에게 난사한 총은 촬영 때 사용하는 연기용 이다. 유유히 포위망을 뚫고 나온 이들에게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 열린다.
로드 무비 형식인 ‘밴디츠’는 배경과 성격이 전혀 다른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며 사랑하는 과정을 담았다.
그러나 관객의 시선을 붙드는 것은 스토리 보다는 끝없이 웃음을 유발하는 자연스러운 상황 설정과 대사다.
‘나인야드’에서처럼 터프하면서도 섬세한 코믹 연기를 선보인 브루스 윌리스, 미묘한 심리적 상황을 개성적인 내면 연기로 드러낸 빌리 밥 손튼의 조화가 더욱 영화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29일 개봉.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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