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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진출국 분석] (13)나이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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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진출국 분석] (13)나이지리아

입력
2002.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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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잉글랜드 스웨덴 등 쟁쟁한 강호들이 모여있는 F조는 지난해말 2002 월드컵 조 추첨이 끝난 뒤 전 세계언론으로부터 한결같이 ‘죽음의 조’로 분류됐다.16강 진출이 결승전을 방불케 할만큼 치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워 세계축구에 검은 돌풍을 일으켜온 나이지리아는 F조에서 16강의 향배를 가를 최대의 변수로 꼽힌다.

▼세계축구의 검은 돌풍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축구강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을 누르고 깜짝 우승을 차지한 나이지리아는 지난해 아프리카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가나를 3-0으로 물리치고 94년 대회 이래 3회 연속 본선에 진출했다.

첫 본선무대였던 94년 미국월드컵에서 9위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던 나이지리아는 이번 월드컵을 16강을 넘어 정상권에 오르는 도약의 계기로 삼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은완커 카누(아스날)를 비롯해 오스틴 제이제이 오코차(생제르맹) 선데이 올리세(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 스타급 선수들이 많다.

98년 프랑스대회의 선전을 발판으로 유럽무대에 진출한 이들은 아프리카인 특유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화려한 개인기와 단 한번의 찬스도 좀처럼 놓치지 않는 무서운 골 결정력으로 유명하다.

특히 ‘검은 표범’ 카누는 나이지리아가 자랑하는 득점기계. 93년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5골로 우승을 이끌었고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도 주장으로 3골을 넣는 등 영광의 순간마다 어김없이 자신의 족적을 남겼다.

19세에 유럽에 진출한 카누는 네덜란드 아약스와 이탈리아 인터밀란을 거쳐 현재 잉글랜드 아스날에서 간판스트라이커로 뛰고 있다.

카누의 진가는 험난했던 예선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카누는 유럽에서 뛰고 있는 스타 플레이어로서는 유일하게 1, 2차 예선 10경기에 모두 출장했다.

특히 조 선두 라이베리아와의 최종 예선 6차전에서 천금 같은 결승골을 터뜨려 사그러들던 본선 진출의 불씨를 되살렸다.

▼상대 진영을 휘젓는 화려한 개인기

3-5-2와 4-4-2를 번갈아 사용하지만 4-4-2가 기본 포메이션. 공격선봉은 적진 깊숙이 포진하는 카누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과감한 측면돌파가 돋보이는 신예 아가호와가 맡을 전망이다.

여기에 오코차 등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중앙돌파와 날카로운 패스로 상대 수비진을 뒤흔들어 득점기회를 만든다. 공수조율은 노련한 선데이 올리세가 담당한다.

선진축구를 몸으로 익혀온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탁월한 순발력과 주력으로 상대 진영을 휘젓는다. 94년 월드컵 때는 가장 빠른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득점도 조직적인 패스보다는 주로 드리블과 1대1 돌파로 일궈낸다. 다양한 각도에서 낮게 깔려오는 슈팅은 골키퍼가 막기 어렵다.

다만 강한 상대를 만나 경기가 풀리지 않을 경우 개인기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경향이 단점으로 꼽힌다.

특히 스리백에 가까운 형태의 수비라인은 상대가 순간적으로 역습해올 경우 수적 열세를 보이며 쉽게 뚫린다는 지적이다.

이 달 초 끝난 네이션스컵 준결승에서 한 수 아래의 세네갈에 시종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패한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이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성적부진에 감독 교체 '초강수'

카메룬과 함께 세계 축구계에 아프리카의 힘을 보여준 나이지리아는 요즘 위기를 맞고 있다. 본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대회에서 우승은커녕 3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한 수 아래로 평가된 세네갈과의 준결승에서 훨씬 우세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다 연장전에서 페널티킥마저 놓치는 졸전을 연출하자 국민적 질타가 쏟아졌다.

이에 따라 대표팀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로 이어졌다. 1998년 프랑스대회 당시 16강 진출을 이끌어내 국민적 영웅으로까지 추앙받았던 아모두 사이부 감독이 경질되고 대표팀 멤버도 많이 교체됐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페스투스 오니그빈데(62) 감독은 “내 임무는 나이지리아인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드림팀을 만드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축구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니그빈데 감독은 가뜩이나 조직력이 부족한 팀에 불화를 부추겼던 스타플레이어들을 먼저 주목했다.

유럽에서 활약하면서 콧대만 높아진 스타들의 튀는 플레이 때문에 전력이 약화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니그빈데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 네이션스컵 부진은 전력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팀 관리가 엉망이었기 때문”이라며 “팀의 무질서를 바로잡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곧 이어 은완커 카누(아스날) 오스틴 오코차(파리 생제르맹) 등 간판스타들이 축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물론 카누 등의 대표팀 탈락은 이틀 만에 다시 번복돼 일시적인 소동으로 끝났지만 대표팀에는 전에 없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조직력 강화와 더불어 오니그빈데 감독이 활력을 불어넣을 비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젊은 피 수혈’. 아가호와(19) 이케디아(21) 아갈리(23) 등이 바로 차세대 기대주들이다.

99년 세계청소년선수권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호흡을 맞춰온 이들은 기량향상을 거듭, 이번 월드컵에서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박진용기자

■월드컵과 나이지리아

15세기 영국과 스페인의 노예 무역시장 무대가 되는 뼈아픈 역사를 지닌 나이지리아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남미축구의 양대산맥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연파하고 우승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주목받고 있는 신흥 축구강국이다.

석유 천연가스 주석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만 90년대 중반이후 유가하락과 군사정권의 경제정책 실패 등으로 채무국으로 전락했고 빈부격차와 종족ㆍ종교 갈등으로 폭동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인구는 1억2,330만명(2000년 기준)으로 공용어는 영어. 북한과 76년, 한국과는 80년 수교했다.

나이지리아가 처음 본선무대를 밟은 때는 94년 미국월드컵. 그 해 4월 아프리카 내이션스컵에서 우승, ‘슈퍼 이글스’의 별명을 얻었고 첫 월드컵에서 불가리아와 그리스를 잡고 조 1위로 16강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연장접전 끝에 아쉽게 무릎을 꿇었지만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98년 프랑스대회서도 나이지리아의 돌풍은 거셌다.

조 리그에서 스페인과 불가리아를 차례로 물리치고 또 다시 조 1위로 16강에 올라선 것이다. 하지만 16강전에서 강호 덴마크의 벽을 넘지 못해 8강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첫 본선무대에 이어 2회 연속 16강에 오르는 기록을 남긴 것 만큼은 세계 축구계에서 유례가 드문 일이다.

2002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스웨덴과 함께 ‘죽음의 조’로 불리는 F조에 배정된 나이지리아가 3회 연속 16강 진출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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