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여야를 망라한 대권 경쟁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노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만년 2위’를 탈피, 1위를 넘나드는 위치로 급부상했고 여야 대결에서도 노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를 따돌리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이는 기본적으로 일부의 거품 논란에도 불구, ‘영남 후보’인 노 후보의 잠재적 힘이 반영된 것으로 당내 경선과 본선에서의 예상을 뒤엎는 파란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노 후보의 ‘대안론’은 이제 막 검증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어 그 최종적인 종착지는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최근 여론조사 흐름
SBS와 문화일보가 공동으로 조사, 13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이어 문화방송(MBC)이 한국갤럽에 의뢰, 1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노 후보가 여야 양자 대결에서 한나라당 이 총재를 눌렀다.
노 후보는 전국의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052명을 대상으로 한 MBC 여론조사에서 이 총재와 여야 양자 대결을 벌였을 경우, 39.7%의 지지를 획득해 37.3%를 얻은 이총재를 2.4%포인트 앞섰다. 노 후보는 지역별 지지 현황에서도 영남 강원 충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이 총재를 누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비해 노 후보의 당내 라이벌인 이인제(李仁濟) 후보는 이 총재와의 양자 대결에서 40.6%대 36.8%로 3.8%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MBC의 3월6일자 조사에서 노 후보가 40.6%대 32.3%로 이 총재에게 8.3%포인트 차이로 처졌던 것에 비해 많은 변화를 담고 있다.
■ 영남후보론 및 본선 경쟁력
여론조사 결과에 의해 증폭되기 시작한 ‘노무현 현상’에 대한 분석에 있어서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을 빼놓을 수 없다.
공교롭게도 SBS 여론조사는 노 후보가 9일, 10일 제주ㆍ울산 경선에서 1위로 올라선 이후 조사된 것이고 MBC 여론조사는 16일 광주 경선에서 노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1위를 기록한 것을 전후해 실시된 것이다.
즉 노 후보의 ‘대안론’이 현실적 가능성이 있음이 일부 입증된 이후의 결과라 다소의 ‘충격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효과가 본선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일부에서는 노 후보가 경남 김해 출신으로 ‘영남 후보’라는 이유를 들어 일단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만 하면 부산ㆍ경남을 시작으로 한나라당의 아성인 영남지역을 허무는 일이 어렵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다 이미 광주에서 확인된 호남의 ‘될 사람 밀어주기’에 의한 영남후보 지지가 현실화할 경우, 동서통합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영남 후보로서의 노 후보의 파괴력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일부 나타난다.
즉 MBC의 6일자 여론조사 결과에서 박근혜(朴槿惠) 의원을 포함한 3자 대결의 경우, 이 총재, 노 후보, 박 의원의 지지도가 37.7%대 24.2%대 21.0%였으나 17일 공개된 조사에서는 32.5%대 32.0%대 19.0%로 노 후보가 같은 영남 출신인 박 의원의 지지를 잠식한 데서도 그 가능성을 볼 수 있다.
■ 역풍 가능성
무엇보다 노 후보는 당내 경선을 통과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재까지 이 후보와 양자 대결 구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자신의 텃밭인 경남에서 기대에 못 미치고 대구ㆍ경북에서 오히려 역풍을 맞으면 노 후보의 당내 경선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해진다.
노 후보가 당초 광주에서처럼 예상과 달리 호남에서의 지지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영남의 표가 갈리면 당내 경선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본선에서도 문제는 있다. 현재 개혁적 성향을 대표하고 있는 민주당내 경선에서 경쟁력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여야가 맞대결을 벌이는 상황에서는 ‘개혁 대 보수’ ‘혼란 대 안정’의 논쟁이 불붙을 경우 노 후보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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