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년 준비 제안노인들의 삶이 변화하고 있다. 일상의 여유를 만끽하며 다양한 취미활동과 봉사활동을 통해 은퇴 이후의 삶을 인생의 황금기로 개척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실버 세대의 다양한 은퇴 후의 삶을 소개한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서정돈 성균관대 의대 학장이 행복하고 활기찬 노년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를 제안했다.
아직 정년이 되지 않은 사람이 정년 이후 또는 노후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노인은 젊어 본 일이 있지만 젊은 사람은 늙어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젊다고 생각하고 싶어하는 것이 바로 나이가 많아졌다는 증거라고 하지 않는가. 노후에 대한 대비는 아직은 젊다고 생각할 때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은 남자 72세, 여자 79세로 30년 전에 비하여 12년 정도 연장되었다.
유엔 기준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에서 65세 이상의 인구가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로 규정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이 수준을 넘어섰으며 2022년 경에는 14%를 넘어서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이렇게 노년인구가 빠른 속도로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평균수명이 짧아 노년인구가 적었고 농경사회에서 지혜의 원천으로, 그리고 대가족제도에서 리더ㆍ조정자로서 노인의 역할이 컸다.
그리고 유교 영향 등으로 존경의 대상으로 모셨다. 노년인구가 많아지고 산업화사회, 핵가족제도로의 변화 등에 따라 이제는 노인을 존경의 대상 보다는 부양의 대상으로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부정적인 시각이 더 커지고 있다.
하기야 이 글을 쓰면서도 늙었다는 말 대신에 노년, 노후라는 단어를 쓰게 되고 노인이라는 말 보다 고령자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늙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의식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근래 노년으로 진입하고 있는 산업시대의 역군들은 과거의 관습에 따라 부모를 잘 모셨으나 자식들로부터 그러한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첫 세대일 뿐 아니라 아직은 노인복지의 혜택을 국가로부터도 기대할 수 없다는 자조 섞인 한탄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노후를 준비하자, 정년에 대비하자, 은퇴를 준비하자 등등 우리나라에서도 노년생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 무척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힘들게 노년을 보내시는 분이 너무 많아져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고 우울하기도 하다.
노후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고 정년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바로 이 질문을 정년을 앞두고 있는 선배교수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 대답이 무척 재미있었다.
좀 욕심을 내본다는 전제 하에 “노후에도 골프를 칠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거야”라는 것이었다.
꼭 골프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후에도 골프를 칠만한 경제력이 있고, 골프를 칠만한 건강이 되고, 함께 골프를 칠만한 친구들이 있도록 하였다면 정말 노후 대책을 잘 한 셈일 것이다.
노년을 앞둔 사람이 가장 걱정하는 고통으로 세 가지가 있다. 바로 가난의 고통, 질병의 고통, 외로움의 고통이다. 이 세 가지 고통의 정도에 따라 삶의 질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여기에서 목표가 골프일 필요는 없다. 등산, 새벽운동, 산책, 봉사활동, 종교활동 등을 건강하게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으면 노후대책을 훌륭하게 세운 결과가 될 것이다.
그래서 1차적인 노후대책은 쉽게 말하자면 돈, 건강, 친구-가족 등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경제력이 문제이다. 돈으로 반드시 건강을 얻을 수 있고 외로움을 덜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우선적으로 준비하여야 할 부분인 것은 틀림없다. 자신의 경제력에 따라 노후에 어디서 어떻게 생활할 것인가가 결정된다.
어디서 살 것인가. 자식에게 신세지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자택을 고집하는 사람도 많지만 앞으로 소위 실버타운과 같은 노년을 위한 시설의 수요가 무척 증가할 것으로 생각된다.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져 전원생활을 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아서 노년일수록 자식들이 자주 찾아올 수 있고 병원이 가까운 도시 또는 가까운 교외에서 마음에 드는 이웃들과 함께 사는 것을 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경제력에 따라서 좌우될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정년 후에 다시 일을 할 것인가. 연금제도가 발달된 선진국에서는 정년을 손꼽아 기다렸다면서 은퇴하자 마자 그 동안 직장 때문에 못하였던 봉사활동, 종교활동, 여가활동 등으로 달려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계를 위하여 더 일을 해야겠다는 경우가 많다.
노후생활에 꼭 필요한 비용을 따져보는 데에 가장 힘드는 부분이 질병이다. 건강하기만 하면 생활비를 쉽게 계산해볼 수 있겠지만 질병으로 고생하는 경우 그에 따르는 여러 가지 비용을 계산하기가 어렵다.
평균수명이 길어질수록 질병으로 고생하는 노년이 많아진다.
노인병은 대개 만성질환 이어서 완치가 아니라 증상을 완화하면서 함께 살아가야 할 때가 많다.
건강한 것이 그만큼 큰 축복이므로 노인병이나 건강관리에 대한 상식을 가져야 하며 술을 절제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노력, 그리고 좋은 주치의 한 사람 정해두는 것이 노후에 대한 대비로 중요하다.
젊은이, 후배, 세상으로부터 너무 멀어지지 않기 위하여 최소한 e메일, 인터넷,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정보통신의 기본적인 것은 알아두려는 적극성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년을 살아가는 마음자세다. 과거에 집착하여 젊었을 때의 가치기준으로 노년생활을 바라보는 것은 불행이다.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며 노년의 지혜로 노년을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얼굴에는 주름이 많더라도 마음에는 주름이 적을 수 있는 것이다.
서정돈 성균관대 의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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