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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액주주 피하는 채권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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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액주주 피하는 채권단

입력
2002.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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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6시께 인천공항 1층 입국장.1시간 여 전부터 출구 앞에 진을 치고 있던 TV카메라와 취재 기자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부산해졌다.

한빛은행 이덕훈(李德勳) 행장이 이끄는 하이닉스 방미협상팀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의 최종담판을 마치고 도착할 시간이 되었기 때문.

어떻게 소식을 듣고 달려왔는지 하이닉스 소액주주들이 ‘채권단은 각성하라’ ‘똥값처분 결사반대’ 등의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속속 몰려들었다.

시위대를 본 한빛은행 관계자들이 어딘가로 다급하게 연락을 취하는가 싶더니, 전투복 차림에 자동소총까지 든 특수부대 요원들이 나타나 “길을 터달라”며 인파 속을 비집고 다녔다.

잠시 후 협상에 참여했던 한빛은행 간부 한명이 출구로 걸어 나왔다. 기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들었고, 출구 앞은 일순 북새통으로 변했다.

그러나 30분이 지나도록 이 행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연막전술’을 펴가며 비밀리에 다른 출구를 통해 공항을 빠져나간 것이다. 귀국 기자간담회도 자동 취소됐다.

하이닉스 채권단이 소액주주만 만나면 고양이 앞의 생쥐마냥 쪼그라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협상단 대표가 소액주주 몇 명의 피켓시위를 피해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면 쓴 웃음이 절로 난다.

어차피 소액주주 문제는 하이닉스 매각협상의 성사를 위해선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현재 추진중인 매각방식이 하이닉스는 껍데기(비메모리)만 남는 형태라 소액주주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고, 채권단으로선 주총의 승인을 얻기 위해서도 매각의 기본 틀을 주주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채권단은 지금이라도 소액주주 문제가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그 것만이 선의의 피해자를 한 명이라도 줄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변형섭 경제부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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