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일산 신도시에는 각종 사설학원이 많다.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강남의 대치동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가히 ‘신흥 학원지대’라고 할 정도다.
중ㆍ고교생을 위한 입시학원은 물론이고 심지어 미국의 교과내용을 그대로 옮겨다 완전히 미국식으로 가르치는 영어학원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중학생이 다니는 한 입시학원에 대해 중학교 2학년인 둘째 딸에게서 들은 얘기를 해보려 한다.
■ 이 학원에 다니는 학생은 3,000명에 달한다. 한 학급 당 40명으로 계산할 때 무려 75학급이나 된다.
보통 한 학년에 10~12개 학급이 있는 중학교를 기준으로 하면 중학교 2개의 규모를 넘어서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 학원이다.
일산 신도시에 11개의 중학교가 있다고 하니 다른 지역에서 다니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일산에 사는 중학생의 20% 가량이 이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 그런데 아무리 입시 학원이라지만 이 학원은 잘 가르치기로 소문이 나있다. 매달 한번씩 시험을 보고 그 결과에 따라 반편성을 달리 한다.
반편성은 철저히 성적에 따라 등급별로 구분하고 과학고 진학을 위한 경시반, 외국어고 진학을 위한 특목고반 등도 있다.
수업은 방과 후에 시작되어 밤 12시까지 진행되며 요즘 경시대회를 몇 달 앞둔 경시반은 새벽 2시까지 한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회초리질 한번 제대로 할 수 없는 세상이지만 학원에서는 아무리 학생을 꾸짖어도 이에 항의하는 부모는 없다.
■ 부모들은 아이가 어떤 반에 들어가는가를 보면 얼마나 공부를 하고 있는지 훤히 알 수 있다.
심지어 좋은 반에 들어보내려고 과외를 시키는 부모도 있다. “어떤 반에 있느냐”는 말이 평가의 기준이다.
학업의 측면에서만 보면 학원이 ‘진짜 중학교’가 된 것이다. 영어, 수학만 2단계로 나누어 수업하는 게 고작이고 전교 석차는 낼 엄두로 못하는 학교가 경쟁에서 완전히 학원에 밀려났다.
나도 언제까지 둘째 딸을 학원에 안 보내는 만용을 부려야 할지 모르겠다.
신재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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