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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선 / 유성 궁동 '문화의 거리' 조성 지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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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선 / 유성 궁동 '문화의 거리' 조성 지지를

입력
2002.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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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 궁동거리는 젊은이의 거리다. 서울 압구정동을 닮았다해서 ‘압구궁동’이라고도 한다.대학촌이기 때문에 서점 문구점 PC방 편의점 등도 눈에 띄지만, 가장 많은 시설은 역시 이른바 ‘업소’들이다.

밤이 되면 길 건너 유성온천장의 유흥가와 경쟁이라도 하듯 업소들이 휘황찬란한 불빛을 밝혀 젊은이의 발길을 끌고 있다.

궁동거리에 먹고 마시는 업소들이 몰리게 된 것은 1997년 유성 일대가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부터.

관광특구에 대한 특혜로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자 인근 대학생들 뿐 아니라 다른 도시의 젊은이까지 ‘원정 유흥’을 왔고, 유흥업소는 더욱 번성하게 됐다.

외국 관광객 유치를 명분으로 시작된 관광특구 지정이 난데없이 대학촌을 유흥가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99년 영업시간 제한제도가 철폐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궁동거리를 되찾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작년부터다.

유성구청과 대전환경운동연합 등은 이 곳을 ‘문화의 거리’로 조성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 주민 상인연합회 충남대 학생회 등과 협의와 토론을 가졌다.

계획의 골자는 궁동거리 일부를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하고 이 곳에 문화행사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논의 과정에서 다수의 이해 당사자들이 계획에 원칙적으로 동의했지만, 아직도 일부는 완전 합의를 꺼리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차 없는 거리’가 지정될 경우 주변 주거지에 통행ㆍ주차하는 차량이 늘 것을 우려하고 있고, 다소 떨어진 곳에서 영업을 하는 상인들은 고객들이 ‘차 없는 거리’로 몰릴 것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충남대 학생들이 문화의 거리 조성을 앞당기기 위한 서명운동에 나섰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궁동거리 주민들은 눈앞의 작은 이해에 집착하기보다는 궁동을 대학촌답게 키워야 한다는 대의를 따라야 한다.

문화의 거리 조성이야말로 최근 방문객이 크게 줄어든 궁동의 상권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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