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교육이념은 루소의 ‘에밀’(1762)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의 부제는 ‘교육에 대하여’ 이다.루소가 말하는 교육은 대체 어떤 것일까? 그에 따르면 “교육은 피교육자(어린이)를 연구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교육자를 제도교육의 구속에서 해방시켜 본래의 선한 본성과 자발성, 그리고 자유를 회복시켜 주어야 한다는 것이 ‘루소식’ 교육론의 골자다.
창의력 없는 암기교육, 주입식교육에서 탈피해 아동 중심의 전인교육을 지향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는 루소가 살던 당시의 앙시엥레짐(구체제) 하에서 행해졌던 교육이 얼마나 전인교육 이념에서 벗어나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루소가 피교육자를 공급자의 강요에 의해 ‘교육시키려는데’ 교육의 목표를 두어서는 안 되고 ‘자연의 흐름’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조물주의 손에서 나올 때는 모든 것이 선하지만, 인간의 손으로 넘어오게 되면 모든 것이 악해진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교육이 본래 취해야 할 방향과 목적을 잃고 부차적인 것들에 의해 좌우됨으로써 피교육자가 받는 피해를 루소는 염려, 경계했던 것이다.
초등생부터 유급ㆍ월반ㆍ합반
루소의 철학은 오늘날 프랑스 교육이념에서도 잘 반영돼 있다. 일차적으로 차별화의 원칙을 들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과정만 마치면 무조건 졸업하는 것이 아니고 초등학교 때부터 철저히 개인의 능력에 맞게 학생들을 관리한다. 초등과정에서부터 유급제도가 있는가 하면 월반제도, 합반제도가 있다.
영재학교가 곳곳에 있어 지적능력이 탁월한 학생들을 구별해 육성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5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4년 그리고 대학이 모두 이런 원칙을 준수한다.
그러다 보니 16세의 대학생이 있는가 하면 초등학교 2학년을 3년 다니는 아이도 있다. 이런 경우는 중학교 때 아예 일반 공교육을 떠나 특수 직업교육을 받는다.
프랑스에서는 대학입학이 초미의 관심사는 아니다.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바깔로레아를 통과하면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간 우열도 없기 때문에 선택의 핵심은 희망하는 학과이지 대학이 아니다. 물론 학과별 수준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명문보다는 명교수가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하는 기준이다.
또 입학은 완전 개방되어 있는 반면 졸업은 쉽지 않다.대학생이 되면 입학 때부터 최소한의 통과점수를 받기 위해 긴장한다.
통과점수를 받지 못하면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도 역시 유급제도가 적용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학생의 능력만 중시하는 건 아니다. 교육의 기회균등 원칙에 따라 차선, 차차선의 길을 제도적으로 마련해 원하는 만큼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수많은 특수학교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부모가 교육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지만 그 대상은 프랑스 특유의 평균·보통교육의 이념에 위배될 경우로 제한돼 있다.
교육비용도 우리의 사립대학 한 학기 납부금이면 대학 4년을 졸업하고도 남는다.
박치완 한국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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