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의 조그마한 목표물까지 찾아내 섬멸하는 무인정찰기의 첨단 센서와 병사의 헬멧에서 보내오는 생생한 전투장면들. 그리고 육ㆍ해ㆍ공에서 수집된 수많은 전투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통신망과 전장에서 수만 ㎞ 떨어진 사령부 책상 위에서 쉴새없이 움직이는 마우스의 클릭 소리. ‘제4세대 전쟁’으로 일컬어지는 전자정보전이 보여줄 전쟁수행 장면이다.미국 보잉사 통합방위시스템(IDS) 사업본부가 1,600만 달러를 들여 로스앤젤레스 근교 애너하임에 세운 전장통합센터에서 이 같은 전자정보전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스타워스’에서나 봤음 직한 전쟁상황실에 마련된 3㎙ 높이의 대형 스크린에는 중동지역의 한 가상 군사작전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전투상황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한 스크린은 인공위성이 찍은 분쟁 지역의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전투기와 첩보기의 위치를 사각형과 삼각형으로 표시하는 등 총체적 전황을 보여준다.
다른 스크린은 항공에서 보내 온 공격 대상 건물의 적외선 이미지가 상세하게 전달되고 있다. 세번째 스크린에서는 전투병의 헬멧이나 탱크 등에 장착된 소형 비디오 카메라에 의해 실제 전투장면이 전개된다.
전자정보전에는 적외선 렌즈 등을 통해 촬영한 비디오데이터를 인공위성을 통해 전송하는 프레데터 같은 무인정찰기와 지구 표면 10㎝ 크기의 물체까지도 포착해내는 극비 첩보위성이 동원된다.
전투병들은 무전기대신 손바닥만한 휴대용 컴퓨터로 자신의 위치나 적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e메일을 통해 자세한 교전상황과 작전지시를 받는다.
LA타임스는 16일 보잉사의 IDS 사업본부가 이 같은 첨단장비를 발판으로 전투지역의 모든 정보를 종합해 전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전투의 세심한 부분까지 원격 지시할 수 있는 이른바 ‘통합전투공간(IBS:Intergrated Battle Space)’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저 로버츠 보잉 IDS 부사장은 “IBS가 10년 안에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군사ㆍ첩보 전문웹사이트인 글로벌시큐리티의 존 파이크 디렉터는 “걸프전 사령관이었던 노머 슈워츠코프는 병력을 데리고 사우디아라비아로 가야 했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프레데터를 내세워 새로운 차원의 무인전쟁 가능성을 보여준 아프간전은 해외 전투를 수행하는 군사령부가 자국 내에서 전투를 지휘한 최초의 전쟁으로 기록됐다.
아프간전을 지휘하고 있는 토미 프랭크 미 중부군 사령관은 전장에 더 가까이 가야 한다는 군 수뇌부의 요구를 일축하고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자신의 플로리다 탬파 사령부에서의 지휘를 고집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투의 성패는 화력이나 군인정신이 아니라 정확하고 우월한 정보수집 능력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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