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공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수가 860을 돌파한 15일에도 거래소에서 2,078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우며 8일째 순매도를 이어갔다. 지난 6일 이후 누적 순매도 규모는 1조원여원. 더구나 하루 평균 1,000억원대에 머물던 순매도 규모가 최근 2,000~3,000억원을 넘어서자 외국인들의 ‘셀(Sell) 코리아’를 우려하는 의견도 제기된다.그러나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매도가 시장이탈보다는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폭이 컸던 거래소 핵심 블루칩에서 이익을 실현하고 그 돈으로 다른 중소형 우량주를 사거나 일본ㆍ대만 등 한국보다 주가가 덜 오른 시장에 눈길을 돌리는 것으로 해석한다. 추세적 이탈이 아닌 교체매매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다. 거래소와 달리 코스닥에서 외국인들이 줄곧 순매수하는 것은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교보증권 김정표 책임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은 글로벌 마켓 내에서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었던 국가를 중심으로 순환투자의 매매패턴을 보이고있다”며 “지난 연말부터 집중 투자했던 태국 필리핀과 한국에서 이익을 실현하고 최근에는 일본ㆍ대만 증시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투자전략팀 오현석 수석연구원도 “외국계 펀드에게는 한국시장 자체가 하나의 종목”이라며 “외국인의 매도세가 삼성전자에 집중되고있다는 점에서 D램가격 약세와 미국시장 혼조에 따른 대형 글로벌 펀드들의 일시적인 비중 조정과 이익실현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소비과열에 따른 정부의 부양책 후퇴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외국인의 투자심리에 다소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하고 있어 순매도 행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정광 LG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가별 가격 갭 문제가 어느 정도 축소되고 반도체 경기에 대한 확신이 선 이후에나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시장에서 재매수 시점을 탐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 초와 같은 외국인의 추세적인 매수세를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려운 만큼 외국인 선호 우량주에 대해 단기적으로 중립적인 위치를 견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외국인 관심사 Q&A
현대증권 리서치센터는 17일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증권사 전략팀과 시황팀에 주로 문의하는 질문과 답변(Q&A)을 정리, 소개했다.
Q: 투신권과 연기금의 매수 여력은?
A: 상품별 최대 주식편입비율을 채운다고 하면 현재 수준에서 약 8조7,818억원어치를 더 살수 있다. 순수주식형(총 잔고 7조3,232억원)과 주식혼합형(15조5,690억원), 혼합채권형(29조7,534억원) 가운데 주식 편입한도가 큰 순수형과 혼합형은 이미 각각 72.8%(한도 95%)와 57.8%(60%)의 주식을 편입, 여력이 제한적(1조9,683억원)인 반면 채권형의 편입비율은 7.1%(한도 30%)에 그쳐 이론적으로 6조8,135억원의 추가 매수여력이 있다.
이와 함께 5대 연기금(국민연금, 사학연금,공무원연금, 교원공제회, 정보통신부)의 올해 주식투자 규모는 직접투자 1조1,000억원을 포함해 총 2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Q: 개인들의 주식매수 현황 및 전망은
A: 한국은행 집계 결과 지난 해 3분기 현재 개인의 총 금융자산은 858조5,547억원이다. 이 가운데 주식보유(직접투자) 비율은 6.5%(56조1,825억원)에 불과하다. 이 비율이 1999년 수준(7.3%)을 회복한다고 가정하면 약 6조4,919억원의 추가 매수여력이 있다.
Q: 정부 경기부양 의지 후퇴와 증시 영향은.
A: 내수경기 상승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마이너스 7.0%였던 수출 증가율이 하반기에는 10.1% 상승세로 돌아선다. 따라서 경기는 회복국면을 넘어 확장국면에 진입할 것이다. 또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이 연기됐지만 하반기 재정지출이 확대돼 경기 상승추세의 지지요인이 될 것이다. 선제적인 정부 정책은 오히려 물가압박과 경상수지 적자 반전 가능성을 축소시킴으로써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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