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상청의 기상예측은 분 단위로 이뤄진다.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현상을 발빠르게 분석하고, 이후 상황을 예측하는 데 필요한 슈퍼컴퓨터의 연산기능이 개선됐기 때문이다.인간 게놈 지도 완성 이후 응용연구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단백질 접힘(Protein Folding) 현상 연구 역시 슈퍼컴퓨터의 계속적인 업그레이드로 가능해졌다.
단백질 3차원 구조 분석을 위한 빠른 계산도 슈퍼컴퓨터 덕에 가능해진 것이다.
▼슈퍼컴퓨터의 전성기
일기예보, 반도체 회로 설계, 암호문 처리, 유전자 분석처럼 많은 양의 연산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는 슈퍼컴퓨터.
특히 핵 폭발 실험이나 혜성 충돌 실험처럼 실제로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을 컴퓨터를 통해 가상으로 구축하는 데 슈퍼컴퓨터는 주로 이용되고 있다.
슈퍼컴퓨터의 정의는 ‘보통의 컴퓨터보다 연산속도가 수백 배 혹은 그 이상 빠른 컴퓨터’이다. 이런 식의 상대적인 속도를 통해 슈퍼컴퓨터를 정의하는 이유는 기술발전 속도 때문이다.
10년 전의 슈퍼컴퓨터에 비해 지금은 수천 배 이상 빠른 속도를 내야 슈퍼컴퓨터라는 이름이 붙는 것이다. 현재의 슈퍼컴퓨터도 몇 년 뒤면 슈퍼컴퓨터라는 이름을 붙이지 못하게 된다.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초당 몇 번의 부동(浮動)소수점 연산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척도로 사용되고 있다.
부동소수점 연산은 하나의 수를 고정 소수점 부분(가수)과 고정 소수점 위치를 나타내는 부분(지수)으로 나누어 계산하는 방식을 뜻한다.
고정 소수점 방식보다 넓은 영역의 숫자를 나타낼 수 있어 과학 계산에 많이 이용된다. 이러한 기술의 총아인 슈퍼컴퓨터의 연산 속도는 ‘무어의 법칙’처럼 18개월에 2배씩 빨라지고 있다.
▼한국 슈퍼컴퓨터의 수준
세계 각 나라에서 보유하고 있는 슈퍼컴퓨터의 성능과 순위는 매년 두 차례 발표된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슈퍼컴퓨터 톱500 순위에 따르면,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 설치된 슈퍼컴퓨터는 7,226 기가 플롭스(1기가 플롭스는 초당 10억 번의 연산이 가능한 속도)로 1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는 기상청의 슈퍼컴퓨터가 212기가 플롭스의 속도로 최고 성능이다. 전체 순위로는 142위. 그 뒤를 이어 포스데이타 등 기업체와 대법원, 서울대 등에 14대의 슈퍼컴퓨터가 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665기가 플롭스급의 슈퍼컴퓨터를 시험운영 중이고, 내년 초에는 3.6테라 플롭스(1테라 플롭스는 초당 1조 번의 연산이 가능한 속도)급 동양 최대의 슈퍼컴퓨터를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내 슈퍼컴퓨터의 총 용량은 전세계 슈퍼 컴퓨터의 1.4%에 불과하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이상산 슈퍼컴퓨터센터장은 “새로운 슈퍼컴퓨터 확충뿐만 아니라 국내 각 슈퍼컴퓨터센터가 갖추고 있는 슈퍼컴퓨터를 연결, 남는 시간을 이용해 국가적으로 급히 필요한 계산에 이용하는 방법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슈퍼컴퓨터 개발의 틈새 공략
그러나 슈퍼컴퓨터에도 한계는 있다. 메모리 저장용량이라는 또 다른 벽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문제는 비용 부분이다.
비용절감을 위해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이주영 교수팀은 단백질 접힘 현상 연구를 위해 자체적으로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기도 했다.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김승연 박사는 “국내 슈퍼컴퓨터를 이용할 때 대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자체적으로 병렬처리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기존 슈퍼 컴퓨터에 비해 가격 대비 성능이 10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슈퍼컴퓨터의 발전은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를 대체하는 새로운 컴퓨터들도 떠오르고 있다.
인체 두뇌의 작용을 모사한 신경망 컴퓨터, 원자의 양자적인 특성을 활용한 양자 컴퓨터 등은 꿈의 기술로 불리며 슈퍼컴퓨터에 대한 대안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기상청 슈퍼컴퓨터센터 이동일 사무관은 “적어도 5년 이내에는 이같은 컴퓨터가 등장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국가기관에 설치된 슈퍼컴퓨터의 업그레이드 시기를 더욱 단축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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