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옥마을 ‘북촌’(北村)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무분별한 철거와 신개축으로 옛모습을 잃어가던 북촌이 활발한 한옥 보존 및 복원 작업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서울시는 북촌을 되살리기 위해 ‘살기 편안 한옥’ 만들기 사업을 추진중이다.
지난해 7월부터 한옥 등록 및 지원제도를 마련, 등록된 한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혜택을 주는 식으로 한옥의 보존 및 복원을 장려하고 있다.
한옥을 개보수할 경우엔 비용의 3분의2 이하 한도 내에서 최대 3,000만원을 보조하고, 추가로 3,000만원을 융자해 주고 있다.
현재 ‘살기 편한 한옥’으로 개보수 공사를 하고 있는 한옥은 가회동, 계동 일대 30여 채에 이른다.
또한 지난해 7월 이후 한옥을 유지, 보존하겠다고 시에 등록한 사람은 131명,이 가운데 시로부터 한옥 보수 지원을 받은 사람은 81명에 달한다.
북촌 복원 사업은 한옥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그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시의 지원을 받아 개보수한 한옥들이 잇따라 새 모습을 드러내면서 주민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또 지역 문화인들을 주축으로 한 ‘북촌 포럼’ 등 민간 모임들이 활성화하면서 한옥 보존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국무총리 공관 맞은편 삼청동 35 일대는 문화ㆍ예술인들이 대거 몰려 들어 ‘서울의 몽마르뜨 언덕’으로 변신 중이다.
서울시도 시가 직접 사들인 11채의 한옥 가운데 4채를 5월까지 북촌문화센터, 한옥체험관, 작은 박물관, 전통 공방 등 시민공간으로 개방하는 등 문화의 거리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북촌은 도심 속 조용한 생활터전으로, 문화예술의 동네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옥을 짐스러워 했던 주민들도 이제는 북촌에 산다는 자부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사 오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공인중개사 김봉완(73)씨는 “최근 외국생활을 했던 젊은 층이나 강남지역에 살던 연세 지긋한 분들이 많이 이사 오는 추세”라고 밝혔다.
서울시 북촌사업팀의 강맹훈(姜孟勳) 팀장은 “북촌 가꾸기 사업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촌 어제와 오늘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종로구 가회동과 삼청동, 재동, 안국동, 화동 등 12개 동에 걸쳐 있는 한옥마을.
조선시대에 종로와 청계천을 경계로 북촌과 남촌으로 나뉜 일반 거주지가 형성됐는데 ‘남산골 선비’들이 살던 남촌과 달리 북촌은 왕족이나 고위 관직의 사대부들이 주로 살던 곳이다.
1985년까지만 해도 1,500여 채의 한옥이 밀집해 서울의 대표적인 한옥촌으로 꼽혔으나 현재는 850여 채만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북촌은 1976년에 한옥보존을 위한 민속경관지구로 지정된 이후 사실상 개발이 중단됐었다. 이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개발의 측면에서 상대적인 손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91년 한옥보조지구 해제에 이어 94년 신축 건물의 층고 제한이 완화되긴 했지만 오랫동안 불이익을 당했던 주민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옥 보존’의 목소리에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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