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냉동인간의 꿈 어디까지 왔나 / "인간은 죽지않는다… 잠시 쉴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냉동인간의 꿈 어디까지 왔나 / "인간은 죽지않는다… 잠시 쉴뿐"

입력
2002.03.18 00:00
0 0

한 의사의 냉동과 부활의 꿈이 프랑스 법정에서 좌절됐다.프랑스의 노의사 레몽 마르티노가 숨을 거두며 자신을 냉동 보존해 달라고 유언했으나, 프랑스 법원이 이를 불법이라고 판결한 것(한국일보 15일자 10면 보도).

아들 레미는 미국 인체냉동회사에 시신 냉동을 의뢰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국 알코어생명연장재단에는 33구의 시신이 훨씬 진보할 미래의 과학기술을 기약하며 냉동돼있다.

과연 냉동 인간들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인간의 죽음’은 새로 규정돼야 한다.

■세포는 얼릴 수 있다

정자나 난자, 수정란 등 세포 단위를 냉동 보관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물고기, 개구리 등이 액체질소에서 꽁꽁 얼었다가 다시 팔딱팔딱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포유류 같은 고등동물을 통째로 냉동했다가 부활시킨 실험은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1월 을지의대 산부인과 김세웅 교수가 쥐의 자궁을 손상 없이 냉동하는 데 성공, 세계적 저널인 네이처에 게재한 것이 최신의 연구성과다. 생체냉동 기술은 이제 장기 냉동에 첫발을 디딘 정도인 것이다.

생명공학연구원 실험동물실 현병화 실장은 “생체 동결의 관건은 수분조절”이라고 말한다. 우리 몸은 70%가 수분.

즉 세포마다 많은 수분이 포함돼 있다. 이를 얼리면 물이 얼음결정이 되면서 세포벽을 파괴하게 되고, 다시 녹여도 손상된 세포조직을 복구할 길이 없다.

때문에 수정란이나 미생물을 얼릴 땐 부동액 역할을 하는 동결보조제(DMSO)를 넣는다. 수분을 빼면서 동결보조제를 넣어, 세포가 동결하면서 얼어터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냉동기술의 한계-장기

그러나 여러 종류의 세포로 구성돼 있고 혈관이 복잡하게 연결된 장기의 냉동보관은 쉽지 않다. 구조가 복잡한 만큼 냉동으로 인한 손상을 예측하거나 방지하기가 어렵다.

김세웅 교수의 장기 냉동은 동결보조제를 장기 전체에 골고루 스미도록 한 기술이 핵심.

김 교수는 자궁을 주변혈관과 함께 떼어낸 후 동맥에 가느다란 관을 연결한 뒤 2대의 펌프로 세포 내 수분을 빼면서 동결보조제를 넣었다.

이를 2주동안 영하 196도로 얼렸다가 다시 녹여 다른 쥐에 이식했더니 임신에 성공했을 정도로 정상 기능을 회복했다.

이 연구는 ‘장기 이식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전주곡’으로 평가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앞으로 갓 떼어낸 심장을 변질되기 전 분초를 다투며 이식하는 대신 냉동고에서 환자에게 맞는 심장을 골라 해동에 들어갈 날이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물론 부피가 훨씬 크고 더 복잡한 인간 장기 냉동이 당장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동물 개체를 냉동하는 문제는 훨씬 복잡하다. 꽁꽁 얼었던 물고기가 다시 녹아 움직이는 것은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신경망이 매우 단순한 하등동물인 탓에 가능한 일이다.

생명공학연구원 유전자은행실 배경숙 실장은 “액체질소에서 영구 보존된다고 공인된 세균조차 종류에 따라 적정한 동결보조제의 종류와 농도가 수십 년간 연구돼 왔다”며 “고등동물 냉동에 성공하려면 복잡한 생물체의 각 부분이 온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억 년에 걸친 진화의 역사가 생명연장의 도전을 쉽게 받아주지 않는 셈이다.

■미래의 과제-냉동인간의 부활

알코어생명연장재단도 현 과학기술로 완벽한 인간냉동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인간도 심장이 멎은 뒤 수분 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다시 살아난다.

계속 피가 돌지 않으면 세포가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결국 독성물질 등에 의해 치명적 손상을 입지만 잠시동안 세포는 살아있는 상태인 셈이다. 이렇게 견딜 수 있는 시간은 저체온일 때 훨씬 길어진다.

문제는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뇌의 기능은 정상적으로 되돌아오기 어렵다는 것.

때문에 알코어측은 “심장박동이 얼마동안 정지되든 뇌만 손상되지 않도록 보존한다면 인간은 잠재적 생존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때문에 알코어재단은 체온을 떨어뜨려 뇌의 산소소모량을 최소화하는 ‘가사상태’에 이르게 한다. 뇌 손상을 최대한 막는 것이다.

이들은 “개를 냉동직전상태에서 4시간동안 두었다가 되살리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냉동에 들어가는데 아무리 동결보조제를 써도 막을 수 없는 세포손상은 미래 극미세기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즉 혈관 속까지 침투할 수 있는 로봇을 이용, 세포를 복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1세기 안에 생체 냉동과 복원은 합리적이고 단순한 과정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배경숙 실장은 “이들의 주장이 과학자가 인정하는 과학적 결론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는 공상과학이 실현되는 시대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