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병 원인 밝혀줄 초저분자RNA 분석"13개월 전, 인간 게놈(genome) 지도가 완성됐다. 세계는 ‘질병 완전 정복’의 희망을 품었다. 시간이 흐른 뒤, 이제는 게놈 지도 완성이 ‘끝이 아닌 시작’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서울대 관악캠퍼스 한켠에 자리한 유전공학연구소. 하얀 실험복 차림의 서울대 BK21 생명과학 인력양성사업단 김빛내리(33) 교수는 연구에 파묻혀 봄을 느낄 새도 없다.
세포에 품질검사(Quality Control) 과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규명, 지난해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와 유럽 분자생물학회지 엠보 저널에 잇따라 발표했던 김 교수.
그의 연구는 인간 생명의 신비를 밝혀내려는 게놈 분석과 궤를 같이 한다. 직접적인 방향은 ‘mRNA와 단백질의 구조 및 기능 규명’이다.
“유전자는 화학적으로 DNA의 형태로 존재하는데 이 DNA의 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이 바로 유전자 발현이라고 부르는 생명 발달의 핵심 현상이죠. 이 때 생겨난 단백질(Y14, MAGOH)이 유전자 발현과정에서 전령 역할을 하는 mRNA 상에 생겨난 다른 잘못된 단백질의 품질 검사를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죠.”
김 교수는 1998년 영국 옥스포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3년간 미국 펜실베니아대 하워드휴즈 연구소에서 연구원생활을 했다. 품질검사 과정 존재 규명도 이때의 공동연구 결과다.
“수 만개의 단백질이 만들어지는데 그 중 일부가 품질검사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은 유전자 연구의 기초작업에 속합니다. 유전병의 약 20%가 mRNA 생성 이후 단계의 결함 발생에서 비롯될 정도로 중요한 연구분야지만, 아직 특별한 결과물들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지난해 7월 국내에서 연구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마음으로 귀국했다. 그에게 주어진 공동 연구실은 체세포를 배양하는 기구, 세포 속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전기영동기 등 갖가지 실험장비가 갖춰져 있다.
현재는 강의 없이 연구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가 지금 도전하고 있는 분야는 유전자 발현 과정의 또다른 품질검사작업을 찾는 것과 초저분자(micro)RNA의 구조와 기능을 분석하는 작업.
“완전히 다른 형태의 생체조절물질을 연구하는 작업입니다. 치료용 단백질을 대량생산하는 유전자치료법도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가능하게 됩니다. 직접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 원리를 파악해야 실제 응용도 가능해지겠죠.”
김 교수는 새로운 단계로 들어선 생명현상 연구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하루의 반 이상을 실험에 투자하고 있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작업은 성공할 확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과정이지요.
하지만 실험에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이 다시금 연구에 뛰어들게 만드는 힘입니다. 학생들과 함께 즐거운 작업을 계속할 것입니다.
글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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